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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2월 8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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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非달러권서 채권발행 준비도
해외 금융기관들의 대출금 회수가 계속되면서 국내 은행들의 ‘달러 가뭄’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은행과 정부 당국의 외화 유동성 공급으로 ‘급한 불’을 일단 끈 국내 은행권은 국제 금융시장의 상황을 봐 가며 내년부터 본격적인 해외 달러 차입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7일 한국은행 국제수지 통계에 따르면 10월 예금은행의 단기 차입금은 200억5490만 달러의 순유출을 기록했으며 월별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보였다. 단기 차입금은 8월 65억8240만 달러가 순유입됐으나 미국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진 9월에는 4억9560만 달러로 순유입 규모가 줄었다.
은행의 단기 차입금이 순유출이라는 것은 국제 금융시장의 ‘돈맥경화’로 국내 은행들이 단기 차입금의 만기연장보다는 상환을 더 많이 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은 11월 이후에도 비슷하다. 국내 은행의 외화차입금 만기 연장률은 30% 정도에 그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은행들이 외화유동성 비율을 맞추기 위해 외환스와프 시장에서 현물환 달러 매수에 나서면서 선물환율과 현물환율의 차이인 스와프포인트가 크게 확대됐다.
금융권에 따르면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는 10월 20일 ―3.00원으로 좁혀졌다가 이달 5일 ―20.50원으로 벌어졌다. 마이너스 수치가 커진다는 뜻은 원화를 주고 달러를 빌리기가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한 은행 자금담당 부행장은 “정부와 한은의 외화유동성 공급으로 달러 자금난은 완화됐지만 국제 금융시장의 달러 차입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며 “내년 초에 동남아시아나 중남미 지역 등 ‘비달러화 통화권’에서 채권 발행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내년 초 20억 달러 정도의 자금 조달을 위한 해외 로드쇼를 검토하고 있다. 필요하면 국내 은행권 중 처음으로 정부의 지급 보증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산은 관계자는 “내년 초에는 달러 차입을 위해 직접 나설 방침”이라며 “정부 당국과도 구체적인 규모와 시기 등을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계에서는 내년에는 국제 금융시장이 조금씩 풀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실물 경제 침체와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국내 은행권의 대외 신인도가 떨어지면 달러 차입처가 다시 막힐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한미 통화스와프 한도를 현재 300억 달러에서 500억 달러 이상으로 확대하고 만기도 연장하는 정부 당국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한중일 통화스와프 확대도 호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