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신용-경제부문 분리해 지주사 설립… 지배구조 개혁”

  • 입력 2008년 12월 5일 03시 00분


대통령 질책에 놀란 농협 부랴부랴 대책 마련 부산

농협중앙회는 중앙회에서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부문을 떼어내 각각 지주회사로 설립하는 등 기존의 틀을 완전히 바꾸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농협중앙회는 4일 이명박 대통령이 농협의 문제점을 질책한 직후 각 사업부문 대표이사들이 참석한 긴급 대책회의를 거쳐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논의된 주요 구조조정 방안은 △지주회사제 도입을 통한 지배구조 혁신 △인적쇄신을 통한 구조조정 △농기계 임대사업 조기 정착 △유사업종 자회사 통합 △불요불급한 자산 매각 △농산물 산지 점유율 60%, 소비지 점유율 15% 달성을 통한 유통 선진화 등이다.

농협은 NH투자증권(옛 세종증권) 인수와 관련해 물의를 빚은 신용사업 부문을 중앙회에서 분리해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고 그 아래 은행, 보험, 증권, 자산운용 등을 자(子)회사로 둬 투명하고 경쟁력 있는 사업체계를 만들기로 했다.

경제사업 부문 역시 떼어내 사업지주회사로 만들고 그 아래 산지유통, 농수산도매, 축산 가공 등을 자회사로 둘 계획이다.

금융 및 사업지주회사가 설립되면 농협중앙회에는 일선 조합 지원 및 교육, 상호금융, 농자재 구매 등 정책 경제사업만 남게 돼 중앙회장의 권한이 크게 약화된다.

그러나 농협은 각 사업부문의 구체적인 분리 시기나 방법, 지주회사와 중앙회장과의 관계 등에 대해서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농협은 5일 비상경영위원회를 열고 구조조정 방안의 세부 실천계획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날 대책회의에서는 현재 16명인 농협중앙회 상무를 11명으로 줄이고, 60명 수준인 부·실장을 50명 정도로 축소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재 21개 자회사 가운데 절반가량인 유통 자회사들을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농협중앙회와 자회사 임원 가운데 상당수는 올해 말 임기가 끝나 내년에 대대적인 임원 물갈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 이와 함께 경제·교육사업 활성화 차원에서 2015년까지 1만 m² 이상 규모의 소비지 대형 직거래망 50개를 확충하고, 700개 넘는 교육지원사업을 분석해 선심성 사업들을 과감히 정리하는 한편 회원조합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맞춤형 지원체계로 개편하기로 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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