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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1월 12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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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 계획 확정 안돼” 섣부른 투자 금물
경기불황으로 교통여건 등이 주택 선택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소득 감소에 따라 주거비용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경전철 등 신(新)교통수단이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호재로 주목받는 이유다.
최근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가 수도권 청약 대기자 105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중시하는 요소로 교통여건이 1순위로 꼽혔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될 경기 침체기에 교통여건 등 실거주 요건이 아파트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신교통수단 잇달아 도입
지난달 말 서울에서는 최초로 서울 강북구 우이동∼동대문구 신설동을 잇는 경전철 노선이 착공됐다.
이번에 착공된 경전철은 우이동에서 시작해 삼양사거리∼정릉 아리랑고개길∼성신여대입구∼신설동 등 총 11.4km 구간을 잇는다. 기존 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입구역, 6호선 보문역, 1·2호선 신설동역에서 갈아탈 수 있어 2013년 개통되면 서울 강북권의 교통혼잡 해소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서울시는 기대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경전철이 개통되면 그동안 교통이 불편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미아뉴타운 8구역 △성북구 동소문동2가의 재개발 구역 △성북구 돈암동 일대 등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한다.
유엔알컨설팅의 박상언 사장은 “우이∼신설 경전철이 개통되면 상습 정체 구역이던 서울 동북부의 교통여건이 크게 개선돼 주변 부동산 시장도 활기를 띨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 분양 예정인 위례신도시에서도 ‘트램(tram)’이라는 새로운 교통수단이 도입된다. 트램은 일반적으로 기존의 도로 위에 레일을 깔아 운행하는 소형 전차를 말한다.
위례신도시의 트램 노선은 남북을 각각 통과하는 지하철 8호선 복정역과 5호선 마천역을 잇는 총연장 6km로 개통될 예정이다.
특히 트램이 지나가는 도로 좌우 공간에는 지상 1, 2층짜리 상가를 조성해 쇼핑,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트랜싯 몰(Transit Mall)’도 조성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 예상만큼 교통여건 개선 안 될 수도
하지만 새로운 교통수단 도입으로 일대 교통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는 무리란 지적도 적지 않다.
서울 관악구 난곡지역의 난향초교∼시립보라매병원까지 총 4.7km로 이어지는 유도고속차량(GRT)은 당초 계획했던 일반도로와 전용궤도의 구분이 없어질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GRT 도로에는 버스도 함께 다니기 때문에 GRT가 버스보다 빨리 달리는 게 불가능하다.
출퇴근길 교통개선을 기대하던 인근 주민들은 “그냥 버스전용차로를 만들면 되지 왜 굳이 돈을 더 들여 GRT를 도입하는지 모르겠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기존 차로를 빼앗는 형태는 자동차 운전자가 불편해지기 때문에 반발이 있을 수 있지만 새로운 도로 건설이 어려운 만큼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 도입되는 교통수단들은 노선 구간이 짧아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도 감수해야 한다.
부동산114의 김규정 차장은 “상당수 건설사가 새로운 교통수단 도입을 부동산 시장의 호재로 선전하고 있지만 아직 상당수가 기본 계획조차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섣불리 믿고 매수하면 오랜 기간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