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붐 주도한 ‘인사이트’ 1년만에 반토막 왜?

  • 입력 2008년 10월 20일 02시 56분


운용사 분산투자 하지않고 브릭스시장 집중

투자자 입소문 - 과거성적 믿고 묻지마 가입

수익률 마이너스 48%… 설정액 갈수록 줄어

미래에셋측 “가능성 있는 곳에 투자했을 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인사이트펀드’가 출시 1년 만에 원금의 절반을 까먹었다. 지금 성적만 놓고 본다면 당시 이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는 신기루로 판명된 셈이다.

인사이트펀드의 몰락은 △분산투자라는 원칙 무시 △펀드 운용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 △투자자들의 ‘묻지마’식 투자 등 여러 요인이 빚어낸 합작품이다.

그만큼 국내 자산운용업계와 펀드 투자자들이 이를 계기로 깊은 성찰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조 원 이상 허공에 날려

19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31일 설정된 ‘미래에셋인사이트혼합형자 1Class-A’ 펀드의 설정일 대비 17일 현재 수익률은 ―48.62%로 사실상 ‘반토막’이 났다.

설정액도 올해 5월 말(4조8764억 원)을 정점으로 매월 줄어들면서 15일 현재 4조7114억 원까지 떨어졌다. 설정액이 줄어든다는 것은 수익률 악화를 참지 못하고 중도에 환매하는 투자자가 많아졌다는 얘기다.

저조한 수익률은 물론 금융위기에 따른 글로벌 증시침체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다른 해외펀드들과 비교해도 성적이 그리 우수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이 펀드의 연초 대비 수익률은 ―46.05%로 같은 유형의 글로벌주식펀드(―44.92%)는 물론이고 전체 해외 주식형펀드(―45.17%)보다도 수익률이 낮았다. 미래에셋은 이렇게 손실을 내면서도 다른 펀드보다 더 많은 운용수수료(순자산 대비 연 1.5%)를 투자자에게서 떼간다.

○분산투자 원칙도 안 지켜

인사이트펀드는 ‘효율적인 분산투자로 시장 위험에 대처한다’는 홍보와 달리 운용 자금의 대부분을 중국을 비롯한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국가에 투자해 손실을 키웠다.

6월 말 운용보고서에 따르면 이 펀드의 국가별 투자비중은 중국(홍콩) 61.05%, 브라질 7.12%, 러시아 5.41%, 인도 1.66% 등으로 브릭스의 비중이 75%를 넘는다. 투자 비중이 가장 큰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와 홍콩H지수는 각각 작년 고점 대비 60% 이상 급락한 상태다.

여기에다 “중국 경제가 주식투자 광풍이 분 뒤 급속히 식을 수 있다”는 경고를 무시하는 등 상황 판단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었음을 드러냈다.

인사이트펀드는 당시 ‘직관에 따라 투자하는 펀드’, ‘돈이 되는 곳이라면 어디든 투자하는 펀드’ 등으로 홍보되고 심지어는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직접 운용한다”는 입소문까지 퍼졌다. 이런 소문은 미래에셋 측이 일부 부인하기도 했지만 판매사들을 중심으로 확대 재생산됐다.

○투자자의 쏠림 현상

일부 투자자의 쏠림 현상도 사태를 키웠다. 다른 운용사에 비해 실적이 좋은 미래에셋이 야심 차게 내놓은 대표 펀드라는 것에 솔깃해 ‘묻지마’식 투자를 감행한 것. 이 펀드에 ‘올인(다걸기)’하는 투자자도 많았다. 투자자들은 펀드 가입을 위해 은행 창구에서 몇 시간씩 줄을 섰고, 일부 은행에서는 판매 일주일 만에 한도액이 소진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자산운용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인사이트펀드의 실패는 운용사와 판매사, 투자자 모두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한 자산운용사의 본부장급 임원도 “작년까지 약 4∼5년간 주가가 오르는 것만 경험해온 사람들이 높은 수익률에는 항상 높은 리스크가 수반되기 마련이라는 투자의 정석을 잠시 잊어버린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 관계자는 “인사이트펀드가 다른 해외펀드에 비해 수익률이 현격히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분산투자를 하되 가능성이 있는 곳에 집중 투자하는 것을 두고 ‘몰빵 투자’라고 비난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인사이트(insight·통찰력) 펀드::

지난해 10월 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특정 지역이나 분야에 한정하지 않고 수익을 낼 만한 곳을 찾아 투자대상을 자유롭게 옮긴다”는 전략으로 출시한 해외주식형펀드. 이 펀드는 설정 이후 한 달간 약 4조 원의 시중 자금을 끌어 모으며 큰 인기몰이를 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