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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11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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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웅 특검 “즉각 상고”
재판부 “사채 저가발행 회사에는 손해 안끼쳐”
“무죄지만 비난 가능성 높아… 국가발전 헌신을”
경제단체 “경제 어려운 상황서 잘 매듭짓기를”
10일 삼성 사건 항소심 판결의 요지는 수년째 논란이 돼 온 경영권 승계 부분에 대해 이건희 전 회장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핵심 공소 사실인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증여 혐의는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가 선고됐고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 발행 혐의는 유죄가 인정되지만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1심의 면소(免訴) 판결이 무죄로 바뀌었다.
항소심에서 최대 쟁점은 삼성SDS BW 저가 발행 혐의가 배임죄에 해당하는지였다. 1심 재판부는 “회사가 이재용 씨 남매 등 제3자에게 BW를 배정한 것은 기존 주주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고, 이는 회사의 손해로도 연결될 수 있다”며 사실상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학계의 다수설에 무게를 두었다. 재판장인 서기석 부장판사는 “이번 사건과 같이 조세를 회피하고 지배권을 이전할 목적으로 사채를 저가 발행할 때 회사 경영자들이 적정가로 발행해 그에 따른 자금이 회사에 들어오게 할 의무는 없다”며 “주주배정 방식으로 발행되건,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발행되건 회사에는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그렇지만 서 부장판사는 “법리상으론 배임죄로 보기 어려워 무죄를 선고하지만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은 행위인 만큼 사회 지도층으로서 국가 발전에 헌신하라”며 경영권 편법 승계에 대한 비판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라는 취지의 당부를 했다.
항소심에서는 이학수 전 부회장과 김인주 전 전략기획실 사장, 최광해 전 전략기획실 부사장 등 세 사람에게 부과됐던 총벌금액 1880억 원이 면제된 대신 이 전 부회장과 김 전 사장에게는 각각 320시간, 최 전 부사장에게는 24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이 내려졌다.
이날 선고 결과에 대해 조준웅 특별검사는 “기존 대법원 판례에도 어긋나는 예상 밖의 받아들일 수 없는 판결”이라며 즉각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건의 최종 결론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 특검법은 상고심을 2개월 안에 선고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한편 삼성그룹은 7월 1심 판결 때처럼 이날 공식 논평을 내지 않고 말도 최대한 아꼈다. 그러면서도 내부적으론 이번 항소심 판결 내용에 다소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이 전 회장은 선고 후 법정을 나서면서 “결과에 만족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법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만 말했다.
이날 재판을 방청한 삼성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도 판결 직후 소감을 묻자 “아직 상고심이 남아 있지 않으냐”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단체들은 일제히 환영했다. 이들 단체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삼성 문제가 경제의 불확실성을 더하는 일이 없이 잘 매듭지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