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키우던 증권업계, 칼날 위에 서다

  • 입력 2008년 10월 7일 02시 56분


글로벌 금융위기에 ‘자통법 호재’ 날아가… 구조조정으로 U턴

내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경쟁적으로 외형을 확장해 온 증권사들이 글로벌 금융위기와 증시 침체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자 대대적인 긴축과 구조조정으로 방향을 급선회하고 있다.

모든 증권사가 경비를 절감하기 위한 비용 통제를 강화한 데 이어 일부 증권사는 조직 축소와 인원 감축 등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부르는 게 값’이었던 애널리스트의 몸값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증시 침체가 장기화하면 수익성 구조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형사들에 대한 인수합병(M&A)이 가속화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 영상취재 : 임광희 동아닷컴 인턴기자

○“좋은 세월은 이제 갔다”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인력 확보’ 경쟁이 치열했다. 내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증권사들의 ‘덩치 키우기’ 경쟁이 가열된 결과였다.

하지만 미국 리먼브러더스 파산보호 신청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이 혼돈 속으로 빠져들면서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지난달 합병을 결의한 하나대투증권과 하나IB증권은 중복되는 관리 부서를 중심으로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우선 하나IB증권의 관리부서 20, 30명이 대상에 올라 있지만 양 회사의 일부 임원들에 대해서도 정원 감축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증권 등 일부 대형사도 조직의 크기를 줄이고 임원을 감축하는 등의 조직 슬림화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들어 36개 지점을 신설하는 등 영업망을 대폭 확충한 동양종금증권은 최근 서울지역에서 상권이 중복되는 지점을 통폐합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80여 개 지점을 새로 만들었지만 수익성 악화 등으로 지점 통폐합에 대한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상당수 증권사가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했다”며 “복사지 등 소모품 비용부터 줄이라고 지시하는 등 회사의 예산 통제가 대폭 강화됐다”고 전했다.

일부 중소형사는 리서치 기능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애널리스트들의 감원 공포도 커지고 있다.

K증권사 리서치센처 관계자는 “몇 달전까지만 해도 떠나는 애널리스트를 붙잡는 게 일이었지만 이제 상황이 역전됐다”며 “미국 월가에서 한국 증권사로 들어오려는 한국계 인력까지 가세해 애널리스트의 몸값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증권업계 지각변동 오나

증권사들이 잔뜩 몸을 움츠리게 된 것은 미국발(發)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수익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35개 증권사의 4∼6월 순이익은 529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616억 원)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기간 주식수탁수수료도 34%가량 급감했다.

8월에는 현대증권 등 국내 9개 증권사의 영업이익이 100억 원에 그쳐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94%가량 급감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유진투자증권이 M&A 시장에 매물로 나오자 KB투자증권이 인수 검토를 천명하는 등 증권업계의 짝짓기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외에도 모 증권사 등에 대한 매각설이 흘러나오면서 긴축 열풍이 거센 여의도에 M&A 바람까지 불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박선호 수석연구원은 “증권사들의 외형 확장 경쟁이 이제는 생존경쟁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금융위기가 장기화화면 수익구조가 취약한 중소형사들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고 이에 따른 증권업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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