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용 외환 174억 달러? IMF방식으론 2397억 달러

  • 입력 2008년 10월 6일 22시 06분


세계 6위의 외환보유액을 가진 한국의 외화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의 신용경색과 11년 만의 경상수지 적자 전환으로 달러 자금 부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외환보유액은 일각의 주장과 달리 충분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외환보유액에 대한 오해가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가용 외환보유액'은 174억 달러?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9월 말 현재 2397억 달러다. 6개월 연속 감소해 지난해 연말과 비교해 225억 달러가 줄어든 금액이다. 반면 외채는 증가하는 추세다. 6월말 기준 유동외채(1년 이내의 단기 외채와 만기가 1년 미만인 장기외채)가 2223억 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유동외채를 뺀 '가용 외환보유액'은 174억 달러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부는 우선 '가용 외환보유액' 정의가 잘못됐다고 반박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정의에 따라 외환보유액 2397억 달러가 모두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가용외환보유액이라는 것.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외환보유액은 미국 국채, 정부채, 정부기관채 등 안정성 위주의 채권으로 운용 중"이라며 "외환보유액 전체가 1주일 내에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외환위기 이전인 1997년까지 총 외환보유액 중 국내은행 해외지점에 맡긴 예치금을 뺀 나머지 금액을 가용외환보유액이라고 발표했지만 1999년부터는 해외지점 예치금을 외환보유액에 포함시키지 않아 전체 외환보유액이 사실상 가용 외환보유액이라는 것.

정부는 또 미국 국채나 모기지 업체의 채권은 단시일 내 현금화하기 힘들다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 "사실상 국제금융시장의 결제불능 상태를 가정하는 것"이라며 실현 가능성의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갚아야 할 부채는 2680억 달러

외환보유액은 주는 데 외채는 늘고 있다는 점이 한국 경제의 불안 요인이다. 6월말 현재 총 외채는 4198억 달러인데 대외채권은 4225억 달러다. 3분기에는 총 외채가 더 늘어 순 채무국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통계상으로 보이는 수치보다 내용을 따져보면 실제 갚아야 할 부채는 2680억 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조선회사 등의 환 헤지 938억 달러, 기업의 수출 선수금 509억 달러, 외국인 투자기업의 차입금 71억 달러 등 1518억 달러는 상환 부담이 없는 외채이기 때문이다.

●유동외채의 73%는 은행 빚

단기 외채의 문제도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다. 외환보유액 상위 국가 중에서 일본, 싱가포르, 홍콩, 독일 등은 단기외채가 외환보유액보다 많다. 또 유동외채의 73%가 민간 은행의 부채인데, 은행의 외채 상환능력도 충분하다는 것. 6월말 현재 은행의 외화유동성은 외화자산이 외화부채의 106%에 이른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12월에도 단기외채의 32%의 만기 연장이 된 점까지 감안하면 중앙은행이 '최종 대부자'로 외환보유액으로 민간은행의 외화 부채를 갚아야 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것.

●적정 외환보유액 논란은 무의미

적정 외환보유액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단기외채에 통화량의 10%를 더해 3000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은행은 외채 관리가 필요한 중 채무국에 한해 유동외채를 외환보유액의 100% 이내로 할 것으로 권고하고 있다.

한국은 2000년대 초반 중 채무국 지위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엄밀하게는 이 기준을 적용받을 필요가 없다. IMF는 3개월 치 경상지급액(1412억 달러)을 기준으로 제시했는데 외환보유액이 이보다 훨씬 많다. 이 기준도 과거 경상수지 적자 구조가 고착된 국가나 차관이 많은 국가에 해당되는 기준이라는 것.

외환보유액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환율 하락의 요인으로 작용해 물가 안정을 위한 통화안정증권 발행 비용 등이 늘어날 수 있다.

●경상수지 적자가 문제의 핵심.

원화가 국제 통화가 아니라 서울 외환시장에서만 거래되는 점과 북한 등 지정학적 위험이 있기 때문에 외환보유액을 넉넉하게 보유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특히 11년 만의 경상수지 적자 전환과 세계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쉽사리 풀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환율 안정을 위한 외환당국의 외환보유액 지출에 특히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외환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외환보유액이 바닥이 나서가 아니라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여력이 점차 줄고 있는 것에 대한 반응이라는 분석이 많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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