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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1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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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건 신경 쓸 엄두도 못 내고 환율 변동만 보고 있습니다. 손실을 만회할 생각에 또 다른 환 헤지 거래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이 회사는 올해 초 시중 은행과 2년짜리 ‘키코(KIKO) 계약’을 맺었습니다. 어떻게든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여보겠다는 생각에서였지요. 이 업체가 가입한 상품은 다른 기업들과 달리 올해에는 당장 큰 피해가 없다고 합니다.
문제는 내년입니다. 환율이 달러당 930원 이상이 되면 계약금액의 2배인 30만 달러(약 3억5700만 원)를 930원에 매도해야 합니다. 환율이 1200원 이상으로 간다면 10억 원가량의 손실을 보게 됩니다. 지난해 순이익 3억8000만 원의 3배 가까운 금액을 날리는 셈이죠.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A 씨는 최근 또 다른 환 헤지 거래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는 얼마 전 유로 선물환 거래를 했고 엔화 변동 보험에도 가입한 상태입니다.
얼핏 봐도 위험하기 짝이 없는 상품에 왜 가입했을까요? A 씨는 “은행 덕분에 기업을 키워왔는데 설마 자식을 죽이는 부모가 있을까 싶었다”고 하더군요.
은행들도 키코 계약과 동시에 반대 환 헤지 거래를 하는 바람에 별로 이익을 못 얻었다는 걸 보면 은행이 기업을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기업들에 키코 가입을 권유한 것 같진 않습니다.
더 큰 문제는 많은 중소기업이 키코 피해로 신규 투자 등 기업 본연의 활동을 할 의지를 잃었다는 것입니다. A 씨는 “요즘 같아선 공장 용지나 팔아버리고 한국을 떠나고 싶은 심정”이라고 하소연하더군요. 아마 비슷한 처지의 다른 중소기업들도 마찬가지 심경일 것 같습니다.
한우신 산업부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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