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하듯 직장일도 정성 다할게요”

  • 입력 2008년 9월 23일 02시 54분


제일모직 신입사원 입사식에 초청된 부모들이 행사 시작 전 자녀와 함께 즉석 기념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사진 제공 제일모직
제일모직 신입사원 입사식에 초청된 부모들이 행사 시작 전 자녀와 함께 즉석 기념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사진 제공 제일모직
부모님 앞에서 공연-감사편지… 가족애-애사심 다져

제진훈 사장 “보내주신 훌륭한 인재 최고로 키우겠다”

《“혁민아, 시험을 잘 못 봤다며 기대하지 말라는 말을 듣고 속상했는데 결국 이렇게 해냈구나. 이 사회의 큰 뿌리로 커갈 거라 믿는다. 사랑해.” 22일 경기 의왕시 고천동 제일모직 R&D(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제일모직 입사식. 갓 신입사원이 된 아들에게 어머니가 전하는 깜짝 영상메시지가 흘러나오자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이곳에는 이날 아침 일찍부터 특별한 손님들이 찾아왔다. 올해 제일모직에 입사한 84명 새내기 사원의 부모들이 회사의 초청을 받고 온 것이다. 이들은 회사가 달아주는 카네이션을 달고 식장으로 입장했다. 》

자녀가 다니는 회사에 오는 것이 처음인 부모들은 처음에는 어색해했지만 신입사원들의 교육 과정을 담은 영상이 상영되고 자녀들의 모습이 하나 둘 스쳐 지나가자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한 어머니는 옆에 앉은 딸이 대견한 듯 머리를 쓰다듬었다.

신입사원 부모들을 가장 웃게 만든 건 신입사원들이 ‘제일모직 신입사원의 1년’을 주제로 만든 10분간의 뮤지컬. 12명의 사원은 가수 박진영의 ‘스윙베이비’, 원더걸스의 ‘소 핫’ 등 경쾌한 음악에 맞춰 춤과 노래를 선보였다.

신입사원 김태용(25) 씨는 “부모님 앞에서 공연을 한다는 생각에 더 기운을 냈고 공연 준비하면서 애사심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김 씨의 어머니 김의순(53) 씨는 “잠시 취업 스트레스로 잊고 살았을지 모르는 신세대의 끼와 열정을 본 것 같아 흐뭇하다”며 웃었다.

사원 교육과정을 스페인어로 발표한 조영후(26) 씨는 “행사를 준비하면서 입사 동기들과 더욱 가까워졌다”며 “가족 초청 행사는 결속력을 다지는 좋은 계기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래와 율동이 어울린 공연이 끝나자 신입사원 대표가 아버지 어머니께 드리는 ‘감사 편지’를 낭독했다. 곧이어 부모들의 답장 메시지가 흘러나오면서 행사장은 훈훈해졌다. 눈시울이 붉어진 신입사원과 어머니도 보였다.

제진훈 제일모직 사장은 “훌륭한 인재를 보내주신 부모님의 헌신적인 사랑에 감사하며 자녀들이 최고 인재로 성장하도록 모든 지원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행사를 총괄한 인사팀 담당자는 “기업들이 힘들여 신입사원을 뽑아놔도 1년이 채 안 돼 나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회사에 대한 충성도도 높이고 신입사원과 부모님들에게 의미 있는 추억도 선사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제일모직은 앞으로도 이 행사를 매년 이어갈 계획이다.

신입사원과 가족들은 행사 후 점심식사를 함께했다. 식사 자리에는 제 사장을 포함해 회사 임원들이 총출동해 신입사원 가족들에게 인사했다.

행사가 끝난 후 신입사원 임건우 씨의 어머니인 신미경(58) 씨는 “아들이 다니는 회사에 직접 와 보니 좀 더 정이 가고 믿음직한 회사라는 생각이 들어 오래 다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의왕=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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