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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8월 27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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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만 77.2원 급등 1089.4원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주된 요인이야 세계적인 달러화 강세 탓이지만 문제는 ‘속도’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5원 급등한 1089.4원으로 마감했다. 환율은 8월에만 달러당 77.2원 폭등했고 일주일 전인 19일에 비하면 40.0원 올랐다. 이달 들어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의 하락폭은 6.59%로 한국은행이 주시하는 19개 주요국 통화 중 영국 파운드, 호주달러에 이어 낙폭 3위였다.>>
환율 급등은 수입물가 상승을 유발해 가뜩이나 오른 소비자물가를 더 높일 수 있다.
물론 최근 환율 상승의 주된 요인으로는 외부적으로는 세계적인 달러화 강세 및 국제 신용경색, 내부적으로는 외국인의 주식 매도와 경상수지 적자 등이 꼽힌다. 그러나 시장 참가자들은 여기에다 ‘정부의 지나친 개입에 따른 후유증’을 추가로 거론하고 있다.
○ 당국은 ‘샤워실의 바보’인가
정부의 환율 정책이 ‘샤워실의 바보’와 같다는 비판도 많다. 이는 처음 수도꼭지를 틀었다가 찬물에 깜짝 놀라 다시 뜨거운 물로 바꾸는 등 수도꼭지를 좌우로 확확 돌려댄다는 뜻.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정책집행과 정책효과 사이의 시간차를 참지 못해 큰 진폭으로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냉·온탕 정책을 조롱하면서 한 말이다.
새 정부 출범 직후 기획재정부는 경상수지 흑자를 통한 경기부양을 위해 환율을 의도적으로 끌어올렸다. 강만수 재정부 장관이 취임한 2월 29일부터 3월 17일까지 원-달러 환율은 90.2원이나 상승했다. ‘강만수 환율’이라는 용어가 나온 것도 이즈음. 수입물가가 급상승하고 수입업체와 통화옵션상품에 가입한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속출했다.
물가 상승에 따른 비난 여론에 부닥친 정부는 5월 하순부터 정책을 180도 선회했다. 지난달 100억 달러 이상을 풀면서 거꾸로 ‘환율 끌어내리기’에 나선 것. 그러나 이 역시 외환보유액 소진 논란을 키웠고, “정부에 의한 시장왜곡”이라는 비난을 불렀다.
시장과 정부의 환율 전쟁이 수그러든 것은 이달 들어서다. 유가 하락과 기준금리 인상으로 물가 압력이 줄어들자 정부는 시장 상황을 보면서 소규모 달러만 매도하는 미세조정으로 돌아섰다. 줄어드는 외환보유액도 걱정스러웠다.
그러나 시장은 당국의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무리한 개입에 짓눌려 있던 환율이 용수철처럼 뛰어버린 것. 외환은행 김두현 차장은 “내외 여건상 7월에도 환율이 오를 상황이었다. 억눌렸던 시장 심리가 최근 한꺼번에 반영돼 상승폭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상당수 외환 전문가들은 현재의 환율 상승 요인이 그대로 남아있는 만큼 1100원을 돌파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 마땅한 정책수단 잃은 외환당국
26일에도 정부는 환율 상승폭을 줄이기 위해 5억 달러가량을 매도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천장이 뚫려버린 상승세를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소규모 개입이 오히려 “당국도 별수 없다”는 심리를 만들어 상승폭을 키웠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25일에도 마찬가지였다. 당국은 이날도 10억 달러 가까이 시장에 풀었지만 환율은 16원 이상 급등했다.
당국은 이젠 마땅한 정책 수단을 잃은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무리한 개입 남발이 부메랑이 돼 시장의 신뢰를 잃고 정책효과마저 미약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연세대 김정식 교수는 “과거 막대한 달러를 투입했는데도 환율 상승을 막을 수 없었던 정부가 이제 와서 소규모 개입을 한다고 막을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있다”며 “이는 앞으로도 정부의 환율 안정 노력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정부는 “그동안의 매도 개입이 없었다면 환율은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올랐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개입을 조금씩이라도 하기 때문에 그나마 적게 오른다는 취지다.
또 환율정책이 비틀거린다는 비판에 재정부 당국자는 “정부가 환율 상승을 용인하는 쪽으로 다시 방향을 바꾼 것은 아니며 정책 중심은 여전히 물가에 있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