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e Energy, Now!]<1>사무실이 달라졌어요

  • 입력 2008년 7월 16일 03시 01분


《유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경제계 전반에서 ‘저비용·고효율’ 에너지소비구조로 바꾸려는 노력이 확산되고 있다. 기업 스스로 대증(對症)적 자구책을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의 구조적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이는 불가피한 선택이기도하다. 사무실에서의 작은 에너지 실천 노력과 달라진 출퇴근 풍속도, 에너지 저소비형 산업구조로의 전환 등 일터와 산업계 전반에서 확산되고 있는 다양한 에너지 절감 사례 등을 네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김대리, 넥타이 풀고 부채 들다

1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하나금융그룹 10층 회의실.

그룹사 주요 임원들이 참석한 정례회의가 한창이었다. 엄숙한 회의실 분위기와 달리 회의에 참석한 임직원 모두 회색의 반팔 캐주얼 셔츠에 ‘노타이’ 차림. 일부 참석자는 회의 틈틈이 부채로 더위를 식혔다. 26도의 실내온도에서 열띤 회의를 하느라 땀이 뱄기 때문이었다.

이 그룹은 7일부터 ‘에너지를 아낍시다, 한국을 살립시다(Save Energy Save Korea)’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에너지 절약 운동을 시작했다.

하나금융지주의 김태오 부사장은 “은행원 생활 20년 만에 노타이에 반팔셔츠 차림으로 출근하기는 처음이다. 좀 어색하지만 시원하고 편안해서 일하기는 좋다”며 웃었다.

하루가 다르게 유가가 폭등하면서 정부는 물론 경제계 곳곳에서 에너지를 절약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직장인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무공간에서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각 기업은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을 속속 실행에 옮기고 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한국처럼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 고유가 충격이 닥쳤을 때 적은 비용으로 가장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은 민간의 자발적 소비절약 운동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 사라지는 ‘은행 피서’

올여름에는 ‘은행 피서’라는 말을 하기 어렵게 됐다. 각 은행이 본점과 지점의 실내 온도를 26도 이상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정장 근무’의 대명사였던 은행원들도 와이셔츠를 벗었다.

7월을 전후해 국민 신한 우리 기업은행은 은행장을 포함해 전 임직원이 티셔츠 차림으로 근무하기 시작했다. 점심시간 시내 중심가 식당가에서는 ‘넥타이 부대’ 대신 ‘티셔츠 부대’를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신한은행 영업부 김재건 과장은 “매일 와이셔츠를 다리지 않아도 되고, 세탁 뒤 빨리 마르기 때문에 아내가 좋아한다”고 전했다.

이 밖에 하나금융그룹은 엘리베이터 짝·홀수층 운행, 점심시간 및 업무시간 이후 사무실 소등, 건물 외벽 간판 점등 시간 단축 등을 시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본사 건물에서만 연간 2670만 원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 “야근자들 한 층에 모여라”

6월부터 전사적으로 에너지절약 캠페인을 시작한 SK텔레콤은 19층 회의실을 ‘냉방 존(Zone)’으로 운영하고 있다. 오후 9시 이후, 그리고 토·일요일에는 19층만 제한적으로 에어컨을 틀어놓고, 근무자들이 노트북 PC와 관련 서류 등을 들고 19층으로 이동해 일하도록 한 것.

또 낮 시간에는 화장실의 불을 켜지 않고, 수도의 수압도 최소한으로 조정했다. 지하 주차장의 전등 밝기도 이전보다 절반 정도로 낮췄다.

정보관리전문 다국적 업체인 한국EMC는 사무실에서 종이컵을 없애고 직원들에게 머그컵을 나눠주는 ‘그린 오피스’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 회사는 사내 커피자판기에서도 종이컵 대신 각자의 머그컵으로 커피를 받는다. 서울에서 시작된 이 캠페인은 최근 본사 차원의 캠페인으로 확대돼 전 세계 지점에 ‘수출’되기도 했다.

신세계첼시가 운영하는 여주 프리미엄 아웃렛에서는 랜드마크인 야외 분수를 오전 10시∼오후 8시 쉬지 않고 운영하다가 최근 2시간 간격으로 30분씩 ‘휴게 시간’을 뒀다.

아웃렛 매장의 출입문은 절반만 열 수 있도록 조정했다. 출입문을 여닫을 때마다 새나가는 냉방에너지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 에너지절약운동, 지속성이 관건

에너지 전문가들은 에너지 소비절약으로 1, 2차 오일쇼크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본은 에너지 소비량 가운데 석유류 의존율이 41%로 한국(43%)과 비슷하다.

1973년 1차 오일쇼크 당시 일본은 △냉방 온도 26도, 난방 온도 20도로 조정 △기업별 절약보고서 제출 의무화, 사후 절약실적 보고 등 전 사회적인 소비절약운동을 벌였다. 일본은 또 1979년 2차 오일쇼크가 터지자 ‘에너지 사용 합리화에 관한 법률’을 만들었다. 이처럼 정부와 연구소, 경제단체들이 함께 에너지 절약 대책의 시행 여부와 효과를 지속적으로 감시해 캠페인이 일회성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한 것이 성공의 이유라는 것.

이성인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의 모든 주체가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의식과 습관을 바꾸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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