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살아보려해도 너무 힘들어”

  • 입력 2008년 7월 14일 02시 56분


원자재 값-환율은 오르고… 종업원 수시로 촛불집회 나가고…

“특정 기업 안좋다는 이야기 나오면 은행대출 막혀

대기업이 中企업종 무차별 진출… 샌드위치 신세”

원자재 가격 상승과 대기업의 시장 잠식, 사회적 혼란 등에 대해 중소기업인들이 한목소리로 어려움을 호소했다.

10일부터 12일까지 제주 서귀포시 롯데호텔에서 열린 ‘2008 제주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에 참석한 중소기업인들은 위기로 내몰리는 경제상황과 기업 운영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최용식 한국공구공업협동조합 회장은 “중소기업인들이 이번 포럼에서 ‘한번 해 보자’는 결의를 밝히긴 했지만 실제 상황은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며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으로 인해 중소기업은 ‘샌드위치’ 신세여서 너무나 힘들다”고 말했다.

11일 홍석우 중소기업청장이 ‘변화와 소통’을 주제로 조찬강연을 했을 때 중소기업인들은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인천지역에서 회사를 운영하는 A 씨는 “시화공단에서 오랫동안 제조업을 하던 지인(知人)이 최근 노조 때문에 회사 문을 닫았다. 지인은 민주노총 조합원을 15명 고용했는데, 수시로 5명을 서울시청 앞 촛불집회로 보내라는 말을 (민주노총 지도부로부터) 들었다. 이런 노조 환경에서 어떻게 기업을 운영할 수 있겠나”라고 하소연했다.

제빵 관련 조합의 한 관계자는 “공공구매에서 중소기업끼리만 제한경쟁을 하는 부문이 있는데 대기업이 위장 중소기업을 만들어 여기에 끼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파스너공업협동조합의 한 간부는 “특정 중소기업이 ‘너무 힘들다’는 주제로 언론에 소개되면 은행 대출이 막혀버리고 ‘잘된다’는 내용으로 나오면 동종 업체들이 헐뜯는다”며 “언론을 통해 기업을 알리는 마케팅이 불가능해 무척 아쉽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이 경제 살리기에 적극 나서자는 의견도 나왔다.

중소기업포럼을 운영하는 박상희 ㈜미주 사장은 “온 국민이 경제 살리기에 주력해야 할 때에 계속 촛불시위로 사회가 혼란스러워 안타깝다”며 “중소기업인들이 한데 뭉쳐 경제를 일으키는 힘을 보여주자”고 강조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대기업들은 조금만 가능성 있는 업종이라면 무차별하게 중소기업 업종에 진출하고 있다”며 “10대 재벌 계열사는 현재 459개로 5년 전보다 48%나 늘었는데 정부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 중소기업이 닦아놓은 영역이 침해되지 않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650여 명의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제주선언을 통해 1사(社) 1인 추가 고용, 에너지 절약, 사회공헌 등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또 포럼 기간 신(新)성장동력 찾기, 창조경영 등 경제경영 및 문화 강좌도 열렸다.

서귀포=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