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인 컨테이너 빼자” 부두 모처럼 활기

  • 입력 2008년 6월 20일 03시 01분


다시 바빠진 컨테이너 야적장 19일 파업 6일 만에 화물연대가 운송 거부를 철회하면서 항구마다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부산 감만부두에서 일주일째 야적장에 묶여 있던 컨테이너들을 화물차가 실어 나르고 있다. 부산=변영욱 기자
다시 바빠진 컨테이너 야적장 19일 파업 6일 만에 화물연대가 운송 거부를 철회하면서 항구마다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부산 감만부두에서 일주일째 야적장에 묶여 있던 컨테이너들을 화물차가 실어 나르고 있다. 부산=변영욱 기자
《부산항을 비롯한 주요 항만 관계자들은 물류 마비 일보 직전에 한숨을 돌렸다. 화물연대가 19일 운송 거부를 철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기업도 활기를 되찾았다. 멈춰 섰던 컨테이너 운송 차량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부두마다 야적장을 가득 채운 컨테이너를 옮기느라 분주했다.》

▽한숨 돌린 항만=“비상작전에 투입된다는 생각으로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수출 물자를 옮기는 일도 국가의 부름 아니겠습니까.”

부산항에서는 군 트레일러 82대가 더 바삐 움직였다. 군 장병 271명은 매일같이 수출입 컨테이너 700개 이상을 35∼50km 떨어진 경남 양산물류기지와 부산신항으로 옮겼다.

부산 남구 우암동 부두에서 만난 이준일 중사는 이마의 땀을 연방 훔치며 “협상이 타결됐다니 기쁘다. 부산항이 활력을 되찾게 된 것만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부두로, 번영로, 동서고가도로 등 시내 주요 간선도로에는 화물을 나르는 트레일러가 눈에 띄게 늘었다.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변영욱 기자

대표적 컨테이너 전용부두인 신선대, 감만부두 쪽 교차로에서는 신호대기 중인 트레일러가 많아 정체를 빚을 정도.

이들 부두의 장치율(컨테이너 야적장의 화물 점유율)은 89% 수준. 우선 처리할 수출 및 환적화물이 많아 완전 정상화되려면 3, 4일이 걸릴 것으로 항만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운송료 협상 타결 때까지 운송을 거부키로 했던 화물연대 부산지부가 전격적으로 파업을 유보하고 운송에 복귀하기로 했다.

화물연대 부산지부는 19일 오후 8시 30분부터 지부 사무실에서 2시간여에 걸쳐 열린 집행부 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이에 따라 화물연대의 운송 거부로 심각한 물류 차질을 빚었던 부산항이 빠른 속도로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 지역 10개 운송사의 컨테이너 운송차량 3081대 가운데 960대가 화물연대 부산지부 소속이다.

광양항 컨테이너부두에서는 경찰의 보호 속에 컨테이너 차량 20∼30대가 바쁘게 드나들었다.

비상수송위원회 관계자는 “한시름 놨으나 당분간은 밀린 물류 처리로 밤샘을 해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활기 찾는 사업장=공장 가동률이 절반으로 떨어졌던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제일모직 관계자는 “위급 상황이 계속됐는데 협상 타결로 제품과 원료 수송이 조금씩 이뤄져 다행”이라고 말했다.

여수산단의 휴켐스와 삼남석유화학은 내수 및 수출용 제품을 보내지 못하고 원료마저 받지 못해 공장 가동시간을 줄이거나 멈췄다.

경기 의왕시 이동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도 활기를 되찾았다.

비상수송을 책임지는 박복규 코레일 물류계획팀장은 “급한 화물부터 우선 처리했다. 완전히 정상화되기까지 군 차량은 계속 투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 석유화학공단의 20여 개 업체에 전기와 스팀을 공급하는 한주 관계자는 “열병합 발전소 가동에 필요한 석탄을 울산항으로부터 들여오지 못해 애를 태웠으나 20일부터는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생산 제품인 타이어코드를 직접 공급했던 효성, 비료 수송에 차질을 빚던 카프로, 부산항까지 제품을 수송하지 못해 발을 구르던 SK에너지 합성수지공장도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강원지역 시멘트 업계도 예전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 전날 5개 업체 중 2곳에서 22대를 동원해 594t을 운송했으나 19일에는 4개 업체 99대가 2727t을 처리했다.

충북 음성군 M 닭 가공공장은 오후부터 다시 돌아갔다. 직원 300여 명이 닭을 부위별로 자르고 포장하는 작업에 몰두했다.

하루 평균 10만 마리, 성수기에는 13만 마리까지 닭을 들여와 처리하던 이 공장은 13일부터 가동을 멈췄다. 닭 사육 농가를 오가던 화물차 23대가 운송 거부에 동참했기 때문.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가동이 계속 안 되면 거래처가 다 끊어질 뻔했는데 천만다행이라고 직원들은 말했다.

이 공장의 한덕규 과장은 “우리 회사와 계약하고 닭을 공급하는 전국의 양계농가에서 닭을 왜 안 가져가느냐는 전화가 빗발쳤다. 제때 닭을 출하하지 못해 엄청난 사료 값만 들어갈 뻔했다”며 한숨을 돌렸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여수=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음성=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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