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중호 사장 “전통주는 좋은 음식… ‘취하는 것’ 아니죠’”

  • 입력 2008년 6월 7일 02시 57분


“좋은 술이 좋은 음식으로 대접받는 풍토가 만들어지면 전통주 시장도 활성화될 것입니다.”

최근 서울시내 한 식당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배중호(55·사진) 국순당 사장은 전통주 시장의 부진에 대해 “소주가 저도(低度)화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가격 부담 없이 쉽게 취할 수 있는 술이 나오면서 값비싼 전통주가 홀대받게 됐다는 분석이다.

배 사장은 “하지만 소비자들이 술을 하나의 음식으로 바라본다면 이런 경향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그는 와인의 약진에 대해 “오히려 전통주 시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요리와 함께 즐기는 서구의 와인문화가 한국에서 전통주를 즐겨온 방식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옛날에는 술은 집집마다 담가 제사상에 올리거나 손님에게 내놓던 귀한 음식이었습니다. 술이 싼값에 대량생산되면서 이런 전통은 사라지고 술이 단지 ‘취하는 수단’으로 취급받게 됐습니다.”

배 사장은 “전통주 시장이 살아나려면 좋은 술이 다양하게 개발돼 음식의 하나로 대접받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점에서 양조 전용 쌀인 ‘설갱미’를 좋은 기회로 내다봤다. 농촌진흥청이 품종을 개량해 만든 설갱미는 잘 부서지고 단백질 함량이 적어 발효가 잘되고 술을 담그면 잡맛이 적다.

그는 “올해 농가와의 계약 재배로 2500t의 설갱미를 확보하기로 했다”며 “내년에는 이 쌀을 이용한 새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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