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후컵 챔피언스리그?

  • 입력 2008년 5월 10일 02시 58분


■ 세계 IT 최강자들의 4인4색 손익계산

《‘과감하게 지르는 스티브 발머’ ‘끈질기게 버티는 제리 양’ ‘MS-야후 대립으로 덕보는 에릭 슈미트’ ‘기회를 엿보는 루퍼트 머독’.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야후 인수는 실패로 일단락됐지만 인터넷 시장의 패권을 둘러싼 미국 기업들의 물밑 전쟁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 전쟁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들은 스티브 발머 MS 최고경영자(CEO), 제리 양 야후 CEO,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 등 인터넷 미디어 업계의 거물 4명이다. 이들은 각각 ‘4인 4색(色)’의 전략을 펼치며 인터넷 시장 주도권을 향한 치열한 머리싸움을 벌이고 있다.》

‘야후’ 제리 양 너무 튕기다 주가15% 폭락

스티브 발머 입질만 하다가 일단 후퇴

에릭 슈미트 “MS패권주의 반대” 견제

루퍼트 머독 백기사 요청 쇄도… 저울질

○ 1라운드-야후 인수에 나선 MS

올해 2월 1일, 발머 CEO는 돌연 “야후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세계 정보기술(IT) 업계를 놀라게 했다.

MS의 결정에는 IT 시장의 중심이 PC에서 인터넷으로 이동한 상황에서 더 큰 인터넷 사업 기반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인터넷 황제’ 구글보다 MS의 미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판단이 들어 있다.

그러나 양 CEO는 “인수 가격이 너무 싸다”며 값을 더 올리라고 끝까지 버텼고, 결국 이달 4일 MS는 “더는 싫다”며 인수 포기를 선언했다.

발머 CEO의 ‘과감하게 지르기’ 전략에, 양 CEO가 끝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MS의 견제에 구글과 아메리카온라인(AOL)이 함께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MS의 인수 제안 철회 소식이 전해지자 야후 주가는 15% 가까이 급락했다. 주주들 사이에서는 양 CEO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증권가에서는 “주주들의 반발로 제리 양과 현 경영진의 입지가 약해지면 몇 달 뒤 MS가 야후 인수에 다시 도전할 것”이라는 추측도 흘러나왔다.

MS와 야후의 게임은 MS의 판정승으로 끝나는 듯했다.

○ 2라운드-‘어부지리’ 구글과 AOL의 향방은?

그런데 이 신경전에서 구글의 슈미트 회장이 야후에 적극 손을 내밀면서 전세(戰勢)가 뒤집히고 있다.

그는 최근 “우리는 야후와 광고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것을 생각 중”이라며 “이는 야후 실적에 큰 도움이 될 것이고, MS의 재인수 시도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야후와 구글이 손을 잡으면 미국 전체 인터넷 시장의 80%가 이들 차지가 된다.

구글은 MS의 야후 인수전이 한창일 때도 “PC 독점 기업이 인터넷 시장까지 독점하려 한다. MS는 인터넷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라며 MS의 야후 인수방어에 직접 나선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MS는 현재 페이스북, 타임워너의 AOL, 뉴스코퍼레이션의 마이스페이스 등 새로운 인수 대상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언론재벌 머독 회장이 이끄는 뉴스코퍼레이션은 인수 협상이 진행되던 당시 양쪽을 저울질하면서도 은근히 MS 편을 들며 야후 인수에 동참했던 기업이다.

반면에 야후를 지지하던 AOL은 협상 결렬 후 MS 측에 제휴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져, 미디어 황제를 꿈꾸는 이들이 야후, MS 중 누구와 공동전선을 구축할지에 인터넷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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