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8년 5월 5일 19시 59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경찰은 문화 행사로 진행한다면 개최 자체를 막지 않지만 정치적 구호가 나오는 등 행사가 변질되면 경고하고 주동자를 사후에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뚜렷한 대응방안이 없어 고심하는 눈치다.
▽두 곳에서 촛불문화제 열려=한진희 서울지방경찰청장은 5일 "문화제가 정치적 성격을 띤 집회로 바뀌어도 중고생을 포함해 참가자의 안전 때문에 강제 해산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경고 방송을 하고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촬용한 뒤 주동자를 골라 사법처리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열린 두 차례의 촛불문화제에도 참가자들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뒤 모였다. 관련된 단체가 너무 많아 주최 측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
경찰은 문화 행사와 집회를 구분하는 기준과 판례가 많지 않아 판단하기 어렵지만 정치· 사회적 의견을 제시하거나 선동하면 정치적 집회로 봐야한다고 밝혔다.
6일 저녁에는 인터넷 모임인 미친소닷넷이 청계광장에서,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연다.
환경운동연합, 함께하는 시민운동 등 1000여개 단체는 6일 오후 2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광우병 위험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긴급대책회의'를 출범시킨다.
▽도를 넘은 반대 운동=중고생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운동이 단순한 의사 표명을 넘어섰다는 우려가 많다.
최근 '천사'라는 발신인 명의로 "5월17일 단체 휴교시위. 문자 돌려주세요"라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가 전국의 중고생들에게 보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인천 계양구의 주부는 "학생 사이에서 (촛불 시위를) 제2의 '4·19 혁명'처럼 만들자는 얘기가 오간다"고 걱정했다.
청소년이 좋아하는 일부 연예인과 연예인 팬클럽은 쇠고기 수입 반대 여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배우 김모(여)씨가 미니 홈피에 "(미국 쇠고기보다는) 차라리 청산가리를 입안에 털어 넣는 편이 낫겠다"는 글을 올린 뒤 청소년 사이에 '사회의식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모(고3) 군은 "집회에 갔다 온 친구들이 남긴 글을 보면 학생이 그런 곳에 참여했다는 데 대한 자부심과 감동이 큰 듯하다"고 말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연예인을 따라다니며 유명인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듯이 집회에 참석하며 지식인이나 영웅이 된 느낌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안동근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청소년이 익명을 가장한 무분별한 정보를 그대로 수용해 이성적인 판단 없이 충동적으로 군중심리에 휩쓸리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김기현기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