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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26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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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둔화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1분기(1∼3월) 경제성장률은 올해 한국 경제가 ‘상고하저(上高下低·상반기는 높고 하반기는 낮음)’ 흐름을 보일 것이라던 정부 전망을 무색하게 했다. 이날 한은은 ‘경기 성장세가 꺾였다’고 공식 인정했다.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 정부는 경기 둔화의 속도를 늦추기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더 높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어떤 조치로도 아래쪽으로 꺾인 경기의 방향을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 내수 얼고 수출마저 흔들
한은이 발표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자료에는 민간소비, 투자 등 내수의 위축이 수치로 뚜렷이 드러났다.
민간소비는 물가 급등의 여파로 실질임금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지난해 4분기(10∼12월)에 비해 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작년 4분기에 비해 0.2%포인트 떨어진 것.
또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는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설비투자는 작년 4분기보다 0.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지난해 3분기(7∼9월) ―1.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건설투자도 전 분기 대비 1.0% 감소해 지난해 2분기(4∼6월)의 ―1.2% 이후 최저치였다.
한은은 임금은 오르지 않는데 고유가 등으로 물가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실질소득이 줄어든 것이 내수 침체의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분석했다.
일자리 상황이 악화된 것도 내수 위축에 영향을 줬다. 정부는 올해 35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했지만 3월 일자리는 18만 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최춘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세가 이어지면서 소득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민간소비는 앞으로 회복되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출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작년 동기에 비해 12.8% 성장세를 보이며 두 자릿수 증가율을 유지했지만 지난해 4분기보다는 1.1% 감소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의 경기 움직임에 대해 큰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대로라면 올해 성장률이 3%가 될지, 4%가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생각하는 첫 번째 대책은 추가경정예산 편성이다. 한나라당이 극구 반대하고 있지만 아직 심각한 경제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내수 진작용 추경예산 편성을 위해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행 국가재정법으로는 내수 진작을 위한 추경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은은 이날 “정부가 세계잉여금을 추경을 통해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하고 국토개발을 본격적으로 하면 건설투자도 하반기(7∼12월)로 갈수록 회복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정부의 추경편성 주장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 추경 편성―금리인하론 힘 얻을듯
그동안 물가에 대한 깊은 우려를 내비쳤던 한은도 최근 들어서는 물가보다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겨 정부 정책기조에 ‘코드’를 맞추고 있는 모양새다.
최춘신 국장은 이날 “주요국 경제 전망이 하향 조정되고 있고,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름에 따라 경제전망이 당초 전망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성태 한은 총재도 이달 10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경기 상승세가 최근 들어 둔화하고 있는 것 같고 앞으로 경기가 둔화할 가능성이 여러 군데서 보인다”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 놨다.
한은은 24일 ‘유가상승 충격의 요인 분해와 시사점’ 보고서에서는 2000년 이후 유가 상승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이전(1970∼99년)보다 감소했다고 밝혀 금리 인하 필요성을 위한 논리를 스스로 제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민간 전문가들 사이에는 이르면 다음 달 한은이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는 것 아니냐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