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제 흔든 ‘4개월 논란’ 이제 종지부를”

재계 일부 “고위급 일괄사퇴로 의사결정 차질 우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전격 퇴진 등을 뼈대로 하는 삼성그룹 쇄신안이 22일 발표된 뒤 경제계의 반응은 복합적이었다.

재계는 적잖은 충격과 당혹감 속에서도 삼성이 이번 발표를 계기로 그동안의 경영 외적 고민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경영 정상화에 나서기를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쇄신안이 한국 사회 내의 ‘반(反)삼성 기류’를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갑자기 ‘컨트롤 타워’를 잃은 삼성의 앞날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 파격적 쇄신안에 당혹과 기대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삼성그룹 쇄신안이 발표된 직후 내놓은 공식 논평에서 “삼성그룹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던 이 회장의 퇴진과 전략기획실의 폐지가 국민 정서를 고려한 고뇌의 결단이라고 생각하며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이어 “이제는 삼성과 관련된 추가적 의혹이나 사회적 논쟁을 지양해야 한다”며 “삼성이 새로운 경영체제하에서도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국민적 성원과 지지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번 쇄신안이 기업의 투명경영과 사회적 책임을 한 단계 진전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삼성이 뼈를 깎는 자성과 쇄신 의지를 밝힌 만큼 국민도 삼성이 경영을 정상화하고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도록 도와주기 바란다”고 논평했다.

이와 함께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우리나라 대표 기업인으로서 국가경제 발전에 큰 공헌을 한 이 회장이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 우려와 아픔을 같이한다”면서 “오늘을 계기로 4개월간 국가경제에 차질을 빚었던 모든 논란이 종지부를 찍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재계가 그동안 분열됐던 국민 감정을 추스르고 친기업 정서 확산과 대중소기업의 동반자적 상생협력에 힘써주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또 한국무역협회는 “이번에 용퇴하는 이 회장이 한국 경제계 원로로서 앞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고 희망했다.

○ 삼성의 경영효율성 유지가 관건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그룹의 파격적 인적 쇄신으로 그룹 경영에 타격이 예상된다는 지적도 조심스럽게 나왔다.

전경련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일사불란한 조직문화와 의사결정 체계가 자랑인 삼성그룹의 관리 책임자들이 일괄 사퇴해 앞으로 삼성의 의사결정과 경영에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세계를 상대로 경쟁해야 하는 한국 기업의 특성상 그룹체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면서 “삼성이 개별 기업체제로 갈 경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진단했다.

재계의 한 고위 임원도 “이건희 회장과 전략기획실이 비난받는 부분도 있지만 오늘날 삼성을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라며 “지배구조 투명성 개선 못지않게 앞으로 경영 효율성 유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회장의 경영 퇴진 발표는 다른 그룹에도 미묘한 영향을 미쳤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