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 아이디어의 꽃을 피워라

  • 입력 2008년 4월 19일 02시 58분


안아주고 주물러주고 닦아주고… 남다른 기업문화 만들기

식목일을 하루 앞둔 4일, 보령제약 직원들은 출근길에 서울 종로구 원남동 회사 입구에서 낯선 직원에게서 씨앗을 선물받았다. 아울러 포옹 선물까지 받았다.

어색했다. 잘 모르는 동료한테서, 그것도 동성(同性) 동료에게 포옹을 당했다. 하지만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새로움도 느껴졌다.

이날 사내(社內) 게시판에는 다양한 글들이 올라왔다.

“한번씩 안아주면서 그동안의 고마움을 표시하는 기회가 생긴 것 같습니다. 내일은 향수를 듬뿍 뿌리고 와야겠습니다.”(영업관리팀 서동환)

“(포옹)하기 전에는 정말 민망하고 쑥스러웠는데, 하고 나니까 참 기분 좋고, 한결 가까워진 느낌입니다.”(건강식품팀 이선영)

이 행사를 기획한 곳은 지난해 1월 신설된 챔피언팀. 각 부서의 과장 및 차장 5명이 모여 보령제약의 혁신 활동을 총괄했다. 이들은 ‘안아줍시다’ 캠페인뿐 아니라 맵시 입게 옷 입은 사원을 선발하는 ‘맵시 데이’, 대리급 이하 사원들의 아이디어를 모으는 ‘프레시 보드’ 등을 만들어 냈다.

이용배 챔피언팀 과장은 “제약업계 특유의 무겁고 보수적인 조직문화를 깨뜨리기 위해 다양한 혁신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며 “분위기가 한층 밝아져 장기적으로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기업들이 사내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혁신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해 말 ‘좋은 기업문화 만들기’ 보고서에서 “경영환경이 복잡하고, 조직분화가 심할수록 기업문화가 기업의 중심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효성은 올해 들어 ‘책임지는 조직문화 만들기’를 강조한다. 모든 화장실에 ‘신기업문화 캠페인’ 안내문을 붙여놓을 정도로 각별히 신경 쓴다.

이는 지난해 12월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의 컨설팅 결과에 따른 것이다. 당시 KMAC는 “효성 사원들은 책임지지 않으려 하고, 상하 커뮤니케이션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올해 2월 효성은 GE의 조직문화 변경 프로그램인 워크아웃 방식을 본떠 ‘에인절 조직’을 만들었다. 10∼15명의 사원이 1개 에인절팀이 돼 각종 혁신 과제들을 수행한다. 에인절팀원들이 서로 대화하고 협력해 사내 혁신을 주도하라는 의미다. 현재 에인절팀은 모두 207개. 효성은 3개월 단위로 에인절팀의 성과를 평가해 시상할 계획이다.

다국적 제약사인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매월 ‘영업사원 기 살리기’ 행사를 연다. 제약업 특성상 영업사원들이 발로 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회사가 마사지 전문가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본사로 불러 영업사원의 발을 마사지해 준다. 여사원에게는 손톱을 다듬어 준다.

위스키, 와인을 수입 판매하는 주류전문기업 하이스코트는 올해 1월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회사 임원들이 일반 직원들의 구두를 닦아주는 ‘서번트 데이’ 행사를 열었다.

회사 임원들이 시종(侍從) 복장을 하고 손수 구두닦이 제품을 들고 직원들의 구두를 일일이 닦아주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서울 강남구 삼성동 본사 비상계단 지하 2층에서 지상 9층까지 ‘건강계단’을 조성했다. 한세대 디자인학부와 공동으로 5개월 동안 대웅제약의 비전과 역사를 타이포그래피 등의 기법으로 형상화해 계단 벽면을 장식했다. 대웅제약 측은 “최근 계단을 운동 삼아 오르내리는 직원들이 부쩍 늘었다”며 “건강계단은 옥상에 설치된 운동시설과 곧바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올림푸스한국은 올해 들어 기업의 내부적인 단결력을 높이고자 정장 유니폼을 도입했다. 넥타이와 셔츠, 커프스까지 조화를 이뤘고, 소매와 넥타이에는 회사 로고를 새겨 넣었다.

올림푸스한국 인재전략팀 어윤석 이사는 “조직에 대한 소속감을 높여 더 나은 창의성을 이끌어내자는 취지로 일종의 역발상을 시도했다”며 “주 1회만 시범적으로 착용하려 했으나 최근 직원들이 스스로 횟수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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