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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8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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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현대차는 ‘5륜 구동’▼
김동진-김용문-이정대-서병기-설영흥 부회장 ‘MK 뚝심경영’ 가속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매출액과 자산총액 기준에서 모두 국내 재계 서열 2위(공기업은 제외)의 주요 그룹이다.
2000년 9월 현대·기아차그룹이 우여곡절 끝에 현대그룹에서 분가(分家)할 때만 해도 국내 재계 서열 2위로 성장할 것으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당시 재계 5위권이었지만 옛 현대그룹의 모기업인 현대건설을 비롯해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반도체), 현대중공업 등 덩치 큰 현대그룹 계열사와 분리돼 성장동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그렇지만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주도한 ‘글로벌 경영’과 ‘품질 경영’의 강화로 자동차 분야가 약진하면서 2005년 재계 서열 2위에 올랐다.
기쁨도 잠시. 2006년 ‘현대차 비자금 사건’이 터져 시련을 맞았다. 정 회장이 구속되는 최악의 상황을 겪으면서 경영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비 온 후에 땅이 더 굳어진다’는 옛말을 입증하듯 철강, 금융, 물류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주력사업인 자동차 부문에서는 2010년 세계 5위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급성장은 정 회장의 ‘뚝심 경영’과 그를 보좌하는 주요 전문경영인과 임직원들의 노력이 함께 있었기에 가능했다.
○ 정몽구 회장 ‘품질 경영’ 뚝심 발휘
정 회장은 여러 형제 가운데 부친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와 가장 닮은 점이 많은 아들로 통한다. 수시로 현장을 찾아다니며 임직원을 독려하는 경영 스타일이나 ‘일근천하무난사(一勤天下無難事·부지런하면 세상에 어려울 것이 없다)’라는 좌우명을 갖고 있을 정도로 부지런한 것이 부친과 ‘판박이’라는 평가다.
목표가 정해졌으면 뒤를 돌아보지 않고 밀어붙이는 정 창업주의 ‘불도저식 경영’도 정 회장에게 고스란히 이어졌다.
2000년 현대차가 세계적인 자동차회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도요타자동차 등 선진국 자동차업체에 맞먹는 품질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정 회장이 직접 자동차 품질을 챙긴 것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그는 당시 원가 부담이 커진다는 외부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품질 개선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미국 소비자평가기관이 평가하는 현대차 품질 순위는 2000년 바닥권인 32위에서 2006년에는 3위까지 올라갔다. 품질 개선이라는 목표를 향한 ‘뚝심’이 빛을 발한 셈이다.
○ 현대차를 이끄는 5명의 부회장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은 엔지니어 출신으로 의사 결정 때까지는 최대한 많은 의견을 듣는 신중한 스타일. 하지만 일단 결정되면 일사천리로 일을 추진해 정 회장의 ‘불도저식 경영’을 잘 뒷받침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가 미국과 중국에 공장을 지을 때 사전에 철저히 짜인 각본에 따라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관련 절차를 마무리해 국내외 언론으로부터 ‘현대 속도’라는 신조어를 낳기도 했다.
그룹 기획조정실장인 김용문 현대·기아차 부회장은 1998년 현대우주항공 사장을 끝으로 그룹을 떠났다가 최근 경영 일선으로 복귀했다. 이미 퇴직했거나 한직에 가 있는 임원 가운데 일부 능력 있는 인사를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중용하는 현대차그룹 특유의 ‘회전문 인사’에 따른 것이었다. 그룹 내부에서는 김 부회장이 관리와 노무에 전문성이 있는 만큼 노사 관련 사안을 챙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정대 현대차 부회장은 1981년 그룹 총수인 정 회장이 세운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에 입사한 후 줄곧 경리업무를 맡아온 재경 전문가. 그룹 내에서는 박정인 현대차IB증권 회장과 정석수 현대모비스 사장, 김치웅 글로비스 사장을 잇는 ‘현대정공 재무라인’의 핵심 인사로 통한다. 정 회장이 인사나 사업계획 등 재무를 제외한 다른 분야도 이 부회장과 논의할 정도로 신임을 얻고 있다.
서병기 현대차 부회장은 엔지니어 출신으로 품질 관리 전문가다. 정 회장이 1990년대 말부터 강조한 ‘품질경영’을 뒷받침하고 있다.
설영흥 현대차 부회장은 중국시장 판매와 생산 능력 확충을 전담하고 있는 중국 사업 담당이다. 화교 출신이어서 중국과 대만 등 중화권 인맥이 풍부하다는 평이다.
박정인 현대차IB증권 회장은 그룹 총수인 정 회장이 흉금을 털어놓고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신임한다는 평을 듣는다. 현대·기아차그룹이 비자금 사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그룹 기획총괄 담당 부회장으로 사태 수습을 맡았다. 첫눈이 오면 미혼 남녀 직원들에게 직접 돈을 주고 데이트를 하라는 ‘명령’을 내릴 정도로 낭만적인 측면도 있다.
김익환 기아차 부회장은 1977년 현대그룹에 입사한 뒤 건설과 자동차 분야에서 기획, 수출, 홍보, 영업 등 여러 분야를 두루 경험했다. 그룹인재개발원장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다가 지난해 10월 기아차 부회장으로 발탁됐다. 그룹 내부에서는 김용문 현대·기아차 부회장과 함께 ‘회전문 인사’의 수혜자로 꼽힌다.
박승하 현대제철 부회장은 요즘 정 회장이 가장 자주 찾는 계열사 대표다. 정 회장의 숙원 사업인 일관제철소 건설 및 운영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아차 자재본부장과 현대차 구매총괄본부장을 지낸 구매통으로 직원들과 잘 어울린다.
김원갑 현대하이스코 부회장은 ‘혁신의 전도사’란 별명을 갖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한보철강을 인수합병한 후 회사 내 모든 제도와 조직,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전사적 경영 혁신 시스템(PCI)을 구축했다. 최근에는 원자재 값 폭등에 따른 수익성 저하를 최소화하기 위해 원가혁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김평기 위아 부회장은 경영 위기에 빠진 기업을 정상화하는 능력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1999년 화의 상태였던 기아중공업(현 위아) 사장으로 취임해 9년간 매출액을 1260% 이상 늘렸다. 이 과정에서 10년 연속 노사협상을 무분규로 타결하는 수완도 발휘했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현대차 성공 신화’ 뒤엔 기술-디자인 리더가 있다▼
현대·기아차의 급성장에는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는 기술과 디자인 전문가들이 숨은 공로자로 꼽힌다.
현대차의 이현순 사장과 양웅철 부사장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현대·기아차의 골격을 튼튼하게 만드는 책임을 맡고 있다. 기아차의 페터 슈라이어 디자인 담당 총괄부사장과 현대차의 오석근 전무는 멋진 디자인으로 상품성을 높이는 역할을 담당한다.
연구개발 총괄본부장인 이 사장은 엔진·변속기 등 차량의 핵심 부품인 파워트레인(동력계통) 개발 전문가로 이름이 높다. 1991년 현대차가 독자 개발한 1500cc급 알파엔진과 최근 NF쏘나타에 들어간 2000cc급 세타엔진 모두 그의 손길이 닿았다. 특히 2000cc급 세타엔진 기술은 그 성능을 인정받아 미국 크라이슬러와 일본 미쓰비시자동차에 수출된다.
전자개발센터장인 양웅철 부사장은 미래 자동차 기술인 연료전지 개발을 이끈다. 1987년부터 20년 가까이 포드자동차의 핵심 연구원으로 일한 실력파다.
‘디자인 경영’을 내세운 기아차에는 슈라이어 부사장이 있다. 유럽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히는 슈라이어 부사장은 지난해 자동차 디자이너로서는 세 번째로 영국 왕립예술대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폴크스바겐과 아우디의 디자인을 이끌던 슈라이어 부사장의 디자인 철학은 기아차에서 더욱 꽃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디자인센터장인 오 전무는 ‘2008 디트로이트 모터쇼’ 디자인상 심사위원을 맡은 전문가. 오 전무는 현대차의 첫 럭셔리카 ‘제네시스’의 품격 있는 디자인을 이끌어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2008 재계 파워엘리트]LG그룹〈上〉 - [2008 재계 파워엘리트]LG그룹〈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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