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엽 부회장 “팬택, 아픈 만큼 성숙해지고 있다”

  • 입력 2008년 3월 29일 02시 59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기간을 보통 5년으로 보는데 최대한 빨리 회사를 정상화시켜 2010년경에는 졸업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박병엽(사진) 팬택계열 부회장은 2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본사에서 창립 17주년(29일)을 앞두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가 공식적으로 기자들과 만난 것은 지난해 4월 19일 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이후 처음이다.

박 부회장은 “지난해 매출은 1조6400억 원이었지만 올해는 2조 원을 조금 넘을 것 같다”며 “회사의 체력이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는 연간 매출을 2조∼2조5000억 원 수준에서 유지하며 영업이익을 극대화하는 ‘선택적 집중’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리한 사업 확장의 부작용으로 2006년 말 극심한 자금난에 빠졌던 과거의 실패를 절대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였다.

올해 46세인 박 부회장은 “이번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일하는 것도, 돈 버는 것도 진지해졌다”며 “비로소 성년(20세)이 돼 간다는 생각이 들고 아픈 만큼 성숙해지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어 “밤늦게 퇴근해서 잠자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내가 완전히 망가지면 이 애들은 어떻게 살까’ 하는 생각에 겁이 덜컥 날 때가 많다”며 “먹고살 벌이가 없다면 그 나머지는 모두 사치”라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최근 신입사원과의 간담회 때도 ‘허황된 포부’ 대신 자신이 느꼈던 ‘먹고사는 문제의 숭고함’에 대해 인생의 선배로서 충고했다고 한다. 그는 “삶의 게임이 생존경쟁이 치열한 ‘동물의 왕국’,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마저 든다”고도 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