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엽(사진) 팬택계열 부회장은 2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본사에서 창립 17주년(29일)을 앞두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가 공식적으로 기자들과 만난 것은 지난해 4월 19일 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이후 처음이다.
박 부회장은 “지난해 매출은 1조6400억 원이었지만 올해는 2조 원을 조금 넘을 것 같다”며 “회사의 체력이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는 연간 매출을 2조∼2조5000억 원 수준에서 유지하며 영업이익을 극대화하는 ‘선택적 집중’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리한 사업 확장의 부작용으로 2006년 말 극심한 자금난에 빠졌던 과거의 실패를 절대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였다.
올해 46세인 박 부회장은 “이번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일하는 것도, 돈 버는 것도 진지해졌다”며 “비로소 성년(20세)이 돼 간다는 생각이 들고 아픈 만큼 성숙해지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어 “밤늦게 퇴근해서 잠자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내가 완전히 망가지면 이 애들은 어떻게 살까’ 하는 생각에 겁이 덜컥 날 때가 많다”며 “먹고살 벌이가 없다면 그 나머지는 모두 사치”라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최근 신입사원과의 간담회 때도 ‘허황된 포부’ 대신 자신이 느꼈던 ‘먹고사는 문제의 숭고함’에 대해 인생의 선배로서 충고했다고 한다. 그는 “삶의 게임이 생존경쟁이 치열한 ‘동물의 왕국’,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마저 든다”고도 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