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삼성 반대운동 벌이는 신부들’ 보도

  • 입력 2008년 3월 8일 02시 52분


“내부 고발자와 협력해

‘삼성=경제독재자’ 주장

한국 보수주의자들 분노”

‘삼성 로비 의혹’에 대한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폭로는 외신에서도 관심 있게 다뤄지고 있다.

AP통신은 7일 ‘경제 독재자 삼성에 대한 반대 운동을 벌이는 신부들’이란 제목의 서울발 기사에서 “1970, 80년대 군사독재에 저항하고 민주화 운동가들을 지원했던 천주교 사제들이 이제는 삼성의 내부 고발자와 협력해 자신들이 ‘경제독재자’라고 이름 붙인 삼성에 대한 반대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사제단이 지난해 10월부터 수차례에 걸쳐 삼성이 비자금을 이용해 정부와 법조계 인사들에게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며 이는 삼성에 대한 특별검사의 수사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삼성은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으며 특검 수사에 대한 사제단의 개입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통신은 현재 60명의 신부가 소속돼 있는 사제단이 △남북 화해 △국가보안법 철폐 △언론 개혁 △미국 주도의 이라크전쟁 참전 중단 △환경보호 등을 주장하고 있다며 이는 좌파세력의 주장과 비슷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은 특검 수사로 삼성을 흔드는 것이 국가 경제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며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사제단이 삼성 관련 의혹을 폭로하자 천주교 신자들로 구성된 일부 보수단체가 이들을 ‘가짜 신부(fake priest)’라고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이 통신은 덧붙였다.

하지만 사제단은 이런 비판을 일축했다고 이통신은 보도했다.

AP통신은 사제단의 김인국 신부가 “우리가 도둑을 잡으면 경제가 더 좋아지지 않겠느냐”며 “이건희 삼성 회장은 도둑(thief)이고 경제독재자(economic dictator)”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통신은 이어 사제단이 5일 기자회견을 열고 “김성호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와 이종찬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등이 삼성에서 뇌물을 받은 의혹이 있다”는 새로운 주장을 제기했지만 의혹 당사자들은 이를 부인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통신은 김 신부가 김용철 변호사가 주장하는 삼성 로비 의혹의 사실 여부를 어떻게 확인했는지에 대해선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김 변호사가 진실을 말하는 것인지, 아닌지는 한눈에(at a glance) 알 수 있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김 신부는 또 “사제단은 공명정대함과 사랑이 존재하는 사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정의는 사랑의 전제조건이다”라고 말했다고 이 통신은 덧붙였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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