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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월 15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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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출범 나흘 만인 14일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집무실인 승지원과 전략기획실장인 이학수 부회장의 자택 등 8곳을 압수수색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에 앞서 검찰이 지난해 11월 말부터 진행해 온 차명의심계좌 추적 결과와 특검의 추가 압수수색 성과에 따라 특검 수사팀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본다.
▽이 회장 집무실 승지원의 첫 압수수색=특검은 이 회장의 자택이나 삼성 본관 집무실 대신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승지원을 첫 압수수색 대상으로 삼았다. 2003∼2004년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 과정에서도 비켜 간 승지원 내부가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대상이 된 것은 처음이다.
그 배경엔 김용철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통해 승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한 점을 특검이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김 변호사는 이 회장이 승지원에서 회사 안팎의 주요 인사를 만나고 중요 결정을 내린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을 상대로 비자금 의혹을 규명할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하겠다는 특검 수사팀의 의지도 엿보이는 대목이다.
특검은 검찰이 계좌추적 과정에서 일부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차명의심계좌에 입금된 돈과 이 회장의 연관성을 밝히는 데 수사의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특수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특검은 (차명의심계좌에 입금된 돈이) 회사 공금인지, 그룹 오너의 개인 돈인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관리 임직원 주거지 모두 포함=특검팀이 첫 압수수색 대상에 삼성그룹 고위 임원과 재무 담당 임직원의 주거지를 망라한 점도 눈에 띈다.
조금이라도 범죄 단서가 남아 있을 만한 곳 위주로 특검이 ‘선택적으로’ 압수수색을 벌인 것으로 해석된다. 김 변호사가 지난해 10월 삼성 비자금 의혹을 폭로한 이후 삼성그룹 측이 회사에서 보관 중이던 서류 등에 대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증거를 인멸했을 가능성을 높게 보았기 때문.
또한 삼성그룹 재무팀장을 지낸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 최광해 부사장 외에 전략기획실의 한 파트인 전략지원팀 산하 재무 담당 최모 부장과 김모 부장이 전용배 상무와 함께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 것도 눈길을 끌고 있다. 전 상무는 삼성그룹 자금을 담당했던 고 박재중 전무에 이어 김 변호사가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임원으로 재직할 당시 김 변호사의 차명계좌를 직접 관리해 온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또한 최 부장과 김 부장은 현재 삼성그룹의 자금을 담당하는 실무 책임자들이다.
삼성그룹의 자금을 관리한 임직원을 집중적으로 조사하는 것은 검찰이 비자금 조성 및 로비 의혹을 규명할 조그마한 실마리를 찾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스크린 차원의 압수수색 가능성”=이 회장의 집무실을 포함한 삼성그룹 임직원의 주거지를 동시다발로 압수수색한 것은 일단 삼성 특검팀의 수사 의지를 보여 주는 상징적인 조치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30일 검찰이 삼성 계열사 가운데 삼성증권만을 ‘족집게’식으로 압수수색하면서 차명의심계좌를 150여 개 찾아내는 성과를 냈다.
이후 법조계에서는 특검이 언제, 어디를 추가로 압수수색하느냐가 특검의 수사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신호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압수수색의 성과를 쉽게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많다.
일단 특검팀은 압수수색 직후 신중한 반응을 보였지만 재경 지검의 한 중견 간부는 “일단은 범죄 단서를 찾아내서 압수수색한 것이라기보다는 통상적인 ‘스크린’ 차원의 압수수색인 것 같다”고 했다.
앞으로 압수수색물의 분석 과정에서 특검이 추가 증거물을 확보했느냐가 드러날 것이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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