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변덕에 울고 웃는 해외펀드…‘환율우산’ 써? 말아?

올해 3월 일본 주식형 펀드에 가입한 김정길(31·회사원) 씨는 이중으로 손실을 입었다.

일본 증시가 시원치 않아 6월 말 환매를 했을 때 투자 기간에 100엔당 822.51원에서 749.80원으로 원-엔 환율이 하락(원화가치 상승)해 환차손까지 물어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기간 일본 토픽스 지수는 6.7% 상승했지만 환차손이 ―8.8%나 돼 김 씨가 손에 쥔 수익률은 2%대에 불과했다.

김 씨는 “펀드 판매회사가 앞으로 엔화가치가 오르면 환차익을 노릴 수 있으니 환노출(환헤지를 하지 않는 것)을 하라고 권했다”며 “미리 환헤지를 해두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고 말했다.

최근 환율 변동폭이 커지면서 환헤지 설정 여부로 고민하는 해외 펀드 투자자가 늘고 있다.

해외 펀드는 국내 자산운용사가 해외에 투자하는 역내 펀드와 외국 자산운용사가 해외에서 운용하는 역외 펀드로 나뉘는데 역내 펀드는 대부분 환헤지를 기본으로 제공한다. 따라서 투자자들이 환헤지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주로 역외 펀드만 해당된다.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국내 역내 펀드들은 통상 전체 자산의 80∼90%에 대해 환헤지를 실시해 미국 등 선진국의 환헤지 비율(30∼40%)보다 훨씬 높다. 역외 펀드도 대부분의 판매사들이 투자자들에게 환헤지를 권한다.

하지만 환헤지를 하는 것이 늘 정답일 수는 없다. 환헤지를 하면 투자국의 통화가치가 떨어질 경우 환차익을 놓칠 수밖에 없는 데다 환전 수수료도 따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일부 펀드의 경우 같은 상품에서 환노출 유형의 6개월 수익률이 환헤지 유형보다 적게는 3%대에서 많게는 7%대까지 수익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표 참조

해외펀드 환헤지 여부에 따른 수익률 비교 5일 기준
펀드	구분	설정 시기	설정액(억 원)	수익률(%)
				1개월	6개월
삼성글로벌Water주식종류형자 1_A	환헤지	2007년4월	3718	―2.62	―4.21
삼성글로벌Water주식종류형자 2_A	환노출		17	―0.08	―0.74
삼성당신을위한N재팬주식종류형자 1_A	환헤지	2007년 2월	986	―6.13	―14.46
삼성당신을위한N재팬주식종류형자 2_A	환노출		580	―0.31	―6.67
PCA일본대표기업주식자I- 1ClassA	환헤지	2007년3월	22	―2.54	―13.56
PCA일본대표기업주식자I- 2ClassA	환노출		20	2.14	―6.09
자료:한국펀드평가

메리츠증권 박현철 펀드 애널리스트는 “환헤지 여부는 지역별로 접근하는 게 맞다”며 “장기적으로 통화가치가 올라갈 것으로 보이는 중국 위안화 투자 펀드는 환노출이, 통화 약세가 예상되는 달러화 투자 펀드는 환헤지가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장기 투자자들은 환율에 그다지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어차피 펀드 투자는 장기적으로 주가 상승을 노리는 것인데 해당 투자국의 주가가 오르면 통화가치도 함께 상승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조완제 펀드 애널리스트는 “단기 투자자는 환헤지가 수익률에 결정적일 수 있지만 장기 투자자는 거의 영향이 없다”며 “이런 이유로 장기 투자문화에 익숙한 외국 자산운용사들은 국내 운용사와 달리 환헤지를 필수로 여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러 지역의 자산에 분산투자하는 글로벌 펀드도 마찬가지다. 펀드에 편입된 투자국들의 원화 대비 환율이 각각 오르거나 내리면서 환율 차가 상쇄되기 때문이다.

또 소액 적립식 투자자도 돈을 쪼개서 넣을 때마다 평균 환차손을 지속적으로 줄일 수 있어 환노출을 택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해외 채권형 펀드는 사정이 다르다.

굿모닝신한증권 이계웅 펀드리서치팀장은 “채권형 펀드는 기대수익률이 주식형보다 상당히 낮아 환차손 영향이 크기 때문에 환헤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환헤지와 환노출:

투자 대상국의 통화 가치가 하락하면 생기는 환차손을 막기 위해 환매 시 환율을 현재 시점의 환율로 미리 고정해 두는 것. 대개 투자자들이 역외 펀드에 가입할 때 판매회사에 환헤지를 신청하고 비용을 추가로 낸다. 반면 환차익을 얻기 위한 목적 등으로 환헤지를 하지 않는 것을 ‘환노출’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