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경영]中企 기술-경영 상담 언제든 환영합니다

  • 입력 2007년 12월 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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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가려운 곳 긁어주는 대학들

《“자, 이제 기술종합병원에 갈 시간이야.”

안과 의료기기 전문 개발업체인 ‘포텍’은 지난해 중국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수억 원을 들여 개발한 기계들에 오차가 크게 발생해 수출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발을 동동 구르던 고안수 대표는 지난해 8월 문을 연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기술종합병원 소식을 접했고 직접 찾아가 상담을 받았다. KAIST 기계공학과 김수현 교수팀의 진단을 받은 후 오차를 대폭 줄인 기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또 렌즈 굴절 측정방법 관련 기술은 특허까지 출원해 현재는 중국과 인도, 러시아 등에 독점 판권을 계약한 상황이다.

KAIST가 병원인가? 마치 환자가 치료를 받듯 기술적 난관에 봉착한 기업들이 KAIST를 드나드는 것은 왜일까? KAIST의 기술종합병원은 바로 기술 마케팅을 이용한 대학의 산학협력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산학협력이 활발해진 시대, 이처럼 독특한 아이디어로 주목을 받고 있는 대학의 산학협력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 》

○ 병원 콘셉트부터 공간 개념까지… 산학협력도 개성시대

KAIST가 대덕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와 공동으로 개원한 기술종합병원은 중소벤처기업들의 기술 관련 상담을 해 주고 기술 이전이나 경영 및 법률, 회계 관련 일에까지 도움을 주고 있다. KAIST 교수진과 연구원, 대덕특구 출연연구소 연구원 등 총 124명의 이공계 전문가가 ‘의료진’으로 참여해 바이오를 비롯한 정보, 기계, 환경, 융합기술의 애로사항을 해결해 주고 있다. 진료는 접수 후 예비상담(20만 원), 연구원이 하는 일반상담(30만 원), 부교수 이상 급의 지정상담(50만 원)으로 이루어지며 이후 종합적인 평가와 사후 관리까지 해 준다.

포텍 외에도 의류 코바늘 제조업체인 ‘삼성제침’은 외국제품에 비해 잘 닳는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기술종합병원을 찾았고 “레이저열 처리기술을 적용하라”는 처방을 받았다. 또 계란선별기 제조업체 ‘에그텍’도 해외 제품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자 이곳을 찾아 “자동화 설비를 개발하라”는 조언을 받았다.

한양대는 대학과 기업의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3C-클럽’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Community’, ‘Clinic’, ‘Commercialization’의 앞 글자를 따 정한 것으로 기업과 대학 연구실, 교수를 연결해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세미나, 포럼 등을 열어 다양한 정보를 교류하는 등 기업과 대학이 함께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교육 콘텐츠 개발업체인 ‘에듀세상’은 의과대학 김인영 교수로부터 음성 인식 기술에 대해 조언을 얻었고 담배 제조업체인 ‘HKC담배’는 공과대 이성철 교수에게 담배 제조에 관한 기술을 상담을 받는 등 지난해에만 총 10여개 기업이 ‘3C-클럽’에 가입했다.

○ 최고경영자(CEO)들을 위한 산학협력도 다양

CEO들과 대학 간의 산학협력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해 1월 설립된 포항공대의 ‘CEO 포럼’은 포항공대 창업보육센터 출신 기업 중 포항 지역에서 사업을 벌이는 CEO들이 한데 모여 기술 및 마케팅, 영업 정보를 서로 교류하는 모임이다.

‘CEO 포럼’은 포항시, 금융기관 등 외부에서 강사를 초청해 기술 연구회 및 벤처기업 자금 확보 전략, 미국 특허법 같은 전문적 내용의 세미나를 1년에 3회 이상 갖고 있다. 한양대도 기업 CEO 8명과 대학 관계자들이 함께하는 산학협력단 ‘컨설팅 그룹’을 만들었다.

경남에 있는 경상대는 기술 홍보사업 프로그램인 ‘라운드 테이블 토크’를 만들었다. 이는 기업 CEO들과 기업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경상대 교수와 연구진들이 만든 기술을 소개하는 기술 설명회. 한마디로 대학의 기술을 기업에 파는 자리다. 최근에는 환경생명화학식품공학부에서 만든 기술 ‘삼단 발효법으로 제조된 메주’를 선보여 한 식품업체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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