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별 입사선호 기업 제2부]<30>대한생명 “가장 가까운에서”

  • 입력 2007년 12월 1일 03시 02분


그래픽=김수진 기자
그래픽=김수진 기자
내년 이후 대한생명은 은행에서 보험을 파는 방카쉬랑스 제도 확대와 증시 상장(上場)이라는 2가지 큰 도전에 직면한다.

장기적으로는 인구 고령화에 따라 주력 상품인 연금보험에서 보험금이 더 많이 나갈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대한생명은 이런 점을 감안해 미래의 보험시장이 어떻게 바뀔지를 전망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 오고 있다. 전국 가구 기준 보험 가입률이 90%에 육박할 정도로 포화상태에 이른 생명보험시장에서 선도기업으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구상하고 있는 것이다.

1979년 2차 오일쇼크와 1997년 외환위기라는 두 번의 위기 상황을 잘 넘긴 대한생명은 내년 이후 방카쉬랑스 확대와 생보사 증시 상장이라는 큰 파도를 넘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우선 내년 4월부터 생보사의 주력 상품인 종신보험과 치명적 질병(CI) 보험까지 은행에서 팔게 되면 보험사의 판매 수입이 크게 줄어들고 설계사 조직이 무너질 우려가 있다. 대한생명이 세 번째 위기를 맞을 수도 있는 것이다.

현재 대한생명을 비롯한 생보업계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종신보험을 은행에서 팔면 소비자들이 상품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해 민원이 급증할 수 있다는 논리로 방카쉬랑스 확대 적용에 반대하고 있다.

대한생명 경영관리팀 박정식 과장은 “은행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설계사들의 입지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걱정했다.

보험업계의 의견이 받아들여져 방카쉬랑스 확대 시행계획이 백지화될 수도 있지만 정부가 예정대로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는 만큼 방카쉬랑스 확대에 대한 대비책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대한생명은 은행이 종신보험까지 팔게 될 경우 은행을 대상으로 한 영업을 강화해 자사 보 험상품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팔도록 유도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증시 상장도 보험업계의 판도를 바꿀 변수다. 대한생명은 상장 시점을 2009년 이후로 잡고 있는데, 이는 교보생명 동양생명 금호생명 등에 비해 1년 이상 늦다.

먼저 상장한 다른 생보사가 자본조달 창구를 다양화해 덩치를 키우면 시장의 주도권을 일부 뺏길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중장기 자본조달 계획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업의 모든 것을 공개하고 주주들의 감시를 받게 되는 상장에 섣불리 나서기도 쉽지 않다.

고령화가 어느 정도 빠른 속도로 진행될지 추정하기 힘들다는 점도 생보업계 2위인 대한생명으로선 큰 고민이다. 만약 20년 뒤 기대수명을 90세로 보고 연금보험을 팔았는데 수명이 100세까지로 늘어난다면 엄청난 보험금 지급 부담이 생긴다.

이에 대해 대한생명 경영진은 고령화가 진행되면 은퇴산업이 발전하고 장기 생존에 대비하려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연금보험을 팔 기회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경쟁 업체들이 고령화를 위기로 보는 데 비해 대한생명은 기회로 여기는 셈이다.

최근 대한생명은 방카쉬랑스 확대 시행 등 각종 위기 타개책을 해외에서 찾고 있다.

대한생명이 해외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 놓은 것은 2003년 중국 베이징(北京)에 사무소를 개설해 현지시장 조사를 시작하면서부터다.

2005년 미국 뉴욕에 현지 투자법인을 세운 데 이어 올해는 영국 런던에 투자법인을 신설해 영업 중이다.

내년 하반기에는 베트남에서 보험 영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인 만큼 보험에 들지 않은 고객이 많은 외국을 찾아다니며 사업 기회를 넓히려는 것이다.

현재 대한생명이 추가로 염두에 두고 있는 해외 보험시장은 싱가포르,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등이다.

이런 해외 진출 움직임에 대해 직원들은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각에선 다른 경쟁 업체에 비해 속도가 느리다는 점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한생명의 모 과장은 “정(情)을 중시하는 조직 특성 때문인지 신규 시장 발굴에 느린 감이 있다”며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면 수익을 창출할 기회를 놓치고 비용만 낭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시장 진출이 늘면서 직원들의 해외연수 기회도 확대되는 추세다.

금융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외국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하는 직원에게 학자금을 지원하는 한편 일본 미국 등 외국계 투자회사 등에서 직무와 관련해 연수할 기회를 제공한다.

해외에 사무소나 현지 법인을 설립하는 것이 시장의 영역을 넓히는 방안이라면 사업 모델이 다른 금융회사를 인수하거나 신설하는 것은 사업을 다각화하는 시도다.

대한생명은 단순히 시장만 넓혀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다양한 금융 분야에 진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5년 정도의 시간을 두고 자산운용사를 인수하고 신탁업에 진출해 궁극적으로 보험업을 중심으로 한 종합금융그룹으로 탈바꿈할 계획을 갖고 있다.

또 일반인을 상대로 한 기존 영업 관행만으로는 수익성을 더 높이기 어렵다고 보고 고액 자산가를 유치하기 위한 종합자산관리센터를 부산 대구 광주 등지에 설립했다.

이 센터에서 은행의 프라이빗뱅킹(PB)센터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해 고액 자산가의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현재 자산관리, 상속, 증여, 은퇴 후 설계, 부동산 투자 등 재테크와 관련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손영신 대한생명 홍보담당 상무는 “고객의 자산을 관리할 때 은행이나 증권사는 단기적인 수익에 신경을 쓰는 반면 대한생명은 안정성을 중시하는 특성이 있다”며 “앞으로 생애 재정설계라는 개념을 기본으로 신규 상품 개발과 시장 개척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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