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하우스는 VIP만 봐라?

  • 입력 2007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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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들 공개 금지 방침에 일부 업체 ‘편법 공개’ 논란

‘수억 원짜리 집을 사는데 누군 직접 보고, 누군 인터넷만 보고 사나.’

지방자치단체들이 청약 과열을 우려해 소비자들에게 모델하우스를 공개하지 않자, 일부 분양 업체가 VIP 고객들에게만 몰래 모델하우스를 공개하고 있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 분양에 들어가는 경기 파주신도시는 소비자들에게 모델하우스를 공개하지 않는다. 파주시가 인터넷을 통해서만 집을 보여 주고 모델하우스는 나중에 당첨자에게만 관람토록 했기 때문이다. 올해 말 분양을 앞둔 인천 송도신도시와 청라지구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작년 판교신도시 분양 때 성남시가 청약 과열을 막기 위해 모델하우스를 사전에 공개하지 않은 뒤로 인천과 용인시 등 소비자들이 관심이 많은 지자체들이 획일적으로 같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지자체의 이 같은 ‘몸 사림’에 분양업체들은 애를 태우고 있다. 15억 원 안팎을 들여 지은 모델하우스를 보여 주지 못하는 데다 사이버 모델하우스를 만들기 위해 1억 원가량을 추가로 부담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업체들은 일부 VIP 고객에게만 몰래 모델하우스를 공개하는 편법을 쓰고 있다.

9월 분양한 경기 용인시 동천 래미안의 경우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 있는 모델하우스에 일부 VIP 고객만 초청해 청약 전에 미리 아파트 내부를 공개했다. 최근 용인시와 성남시, 파주시 등에서 대규모로 분양하는 업체들도 이렇게 일부 고객에게만 사전 공개를 하고 있다.

부동산컨설팅업체 유엔알 박상언 대표는 “가뜩이나 침체된 시장에서 수십억 원대의 아파트를 인터넷으로만 구경하고 고르라는 것은 정책 실패를 덮어두고 소비자의 알 권리만 뺏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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