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구미 기업사랑본부 ‘기업의 119’로 자리잡아

  • 입력 2007년 11월 20일 06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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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불명의 벌레가 엄청나게 많아 공장 가동이 어려울 지경입니다. 방법이 없을까요.”

더위가 시작될 무렵인 올해 6월 경북 구미시 4공단에 입주한 ㈜루셈은 구미시 기업사랑본부에 ‘SOS’를 쳤다.

반도체 부품을 생산하는 이 회사는 어디서 날아오는지 모르는 수만 마리의 벌레를 자체적으로 방역했으나 점점 심해질 뿐 아무 효과도 없는 상황이었다.

현장을 확인한 기업사랑본부(단장 이홍희) 직원들은 보건소와 수자원공사, 산림과, 공원녹지과 직원들로 긴급방제팀을 구성해 해충 박멸에 나섰다.

헬기를 띄워 주변 산과 습지에 대한 대대적인 방역을 펼치자 며칠 뒤 벌레는 자취를 감췄다.

3년째 구미에서 기업을 하는 이 회사 김동찬 대표는 19일 “헬기까지 동원해 말끔하게 벌레를 없애 주리라고는 기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구미시가 지난해 7월부터 운영하는 기업사랑본부가 ‘기업의 119’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직원 20명은 기업의 애로사항이 접수되면 프로젝트 매니저(PM)를 구성해 △현장 확인 △법규 검토 △관련 부서 협의 △결과 통보 등의 절차를 거쳐 해결해 나간다. 지금까지 접수된 391건 가운데 379건(97%)을 해결했다.

기업들이 요청하는 사안 가운데 70%가량은 회사 주변의 도로나 교통여건, 주차장, 배수로, 정문 이전 같은 ‘사소한’ 것이었다.

구포동 2공단 구포전원아파트 부근의 9개 기업은 진입로가 울퉁불퉁해 차량이 드나드는 데 불편하다는 팩스를 기업사랑본부에 보냈다.

기업사랑본부는 해당 도로가 한국산업단지공단 소유여서 신속한 도로 보수가 어렵자 산업단지 측이 도로를 구미시에 기부할 수 있도록 협의한 뒤 도로를 말끔하게 단장했다.

1공단의 13개 업체가 공동 입주한 동국협업단지(금오테크노단지) 기업들은 주변에 가로등이 없어 불편을 겪었다.

가로등이 설치된 뒤 금오테크노단지 기업협의회는 기업사랑본부에 “직원 1000여 명이 밤에 퇴근할 때 도로가 밝아져 기분까지 상쾌하다”며 감사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기업사랑본부는 최근부터 기업의 애로사항을 앉아서 접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구미시 직원 1000명이 1000개 기업을 월 1회 방문해 어려운 점을 확인하는 ‘기업사랑 도우미제’를 시행하고 있다.

기업사랑본부 박종우 기업지원담당은 “대형 화물차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회사 입구 도로의 모서리 1m가량을 둥글게 깎아 달라는 요청 등 기업이 불편하게 여기는 점이 매우 많다”며 “거창한 구호보다 기업이 일상적으로 느끼는 불편을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구미시는 지역 내 1700개 기업 중 3년 이상 가동 중인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최고 기업인’과 ‘최고 근로자’를 선정해 다음 달 중순에 시상할 예정이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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