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PL 확대 한 달… 제조업체들 엇갈린 명암

  • 입력 2007년 11월 16일 03시 02분


코멘트
이마트를 찾은 한 여성 소비자가 즉석밥 코너에서 이마트 PL 제품인 ‘왕후의 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 이마트
이마트를 찾은 한 여성 소비자가 즉석밥 코너에서 이마트 PL 제품인 ‘왕후의 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 이마트
1위권 제품 ‘울고’…진열위치 바뀌자 점유율 뚝뚝

중위권 업체 ‘웃고’…PL제품 납품으로 매출 쑥쑥

할인점의 선두주자인 이마트가 ‘2차 가격파괴’를 선언하면서 자체 브랜드(PL·Private Label) 제품을 크게 늘린 지 한 달이 지나면서 제조업체의 명암(明暗)이 엇갈리고 있다.

이마트의 PL 제품 생산 제안을 거부한 각 업계 1위 업체들은 대부분 이마트 내 매출이 급격히 줄어들어 울상이다. 반면 PL 제품을 생산하는 업계 2∼4위 업체들은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PL 제품 생산업체들도 장기적으로는 유통업체에 종속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신라면-맥심 커피는 1위 고수

국내 최대 식품업체인 CJ제일제당의 즉석밥 ‘햇반’이 동원F&B의 이마트 PL 제품인 ‘왕후의 밥’에 밀렸다. 왕후의 밥이 나오기 전까지 이마트 내 즉석밥 시장의 60%를 차지하던 1위 상품 햇반의 점유율이 지난달 말에는 30%로 떨어진 것. 이마트가 왕후의 밥 판매대를 고객의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하고 판매를 독려한 결과다.

대상의 순창고추장, 코카콜라, 제주 삼다수 등도 이마트 PL 제품의 공격으로 이마트 내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내줬다. 이들 1위 업체도 당초 이마트로부터 PL 제품 생산을 의뢰받았다. 하지만 납품가격이 너무 낮고, 이마트에 종속될까봐 거부했다가 중위권 업체에 1위 자리를 빼앗겼다.

다만 농심 신라면이나 동서식품의 맥심 커피 등 고객 충성도가 높고 브랜드 파워가 큰 제품은 1위 자리를 지켰다. 이마트가 이들 제품을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두더라도 고객이 알아서 찾아 구매한 결과다.

○ “이마트가 직접 판촉까지 해줘”

쌀과자 품목에서 농심에 이어 2위인 기린은 중국산 쌀로 만든 쌀과자 ‘이마트 쌀로 빚은 별’(150g·1080원)을 PL로 납품하면서 매출이 크게 늘었다. PL 제품 때문에 매출이 줄 것으로 봤던 국산쌀로 만든 기존 제품 ‘쌀로별’(250g·2500원)의 매출도 변화가 없었다. 중국산 쌀과자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든 셈.

이마트가 PL 제품은 좋은 자리에 판매대를 설치해 준 데다 판매 사원까지 지원해 줘 PL 쌀과자가 기존 제품인 쌀로별보다 매출이 3배나 많다. 기린 관계자는 “이마트가 직접 나서서 판촉을 해주는 만큼 1위 업체의 아성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PL 제품 생산으로 기사회생한 브랜드도 있다. 샴푸 등 헤어제품 브랜드인 애경의 ‘센서블’이 대표적인 사례. 애경은 센서블이 인기를 끌지 못하자 브랜드 자체를 없앨 생각까지 했지만 이마트로부터 PL 제품 생산 제안을 받으면서 이 브랜드를 ‘이마트센서블’로 다시 살렸다.

○ 안팎의 견제에 시달리는 PL 업체

이마트에 즉석밥을 PL 상품으로 공급하는 동원F&B는 이마트에 종속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다소 불안해하고 있다. 특히 관련업계에서 이마트에 공급하는 ‘왕후의 밥’이 자체 상품인 ‘센쿡’과 다른 쌀을 사용하고 있다는 음해성 루머가 나도는 등 경쟁업체로부터 좋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동원F&B 관계자는 “이마트에 싼 가격으로 즉석밥을 공급한 후 다른 대형 할인점에서도 같은 가격으로 제품을 납품하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거부했다가 납품 자체가 취소된 경우도 있다”며 “경쟁 식품업체는 물론 다른 대형 할인점의 곱지 않은 시선도 걱정이다”고 말했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대형 할인점의 자체 브랜드(PL) 현황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브랜드 수11개 7개8개
품목 수 3000개 3900개4300개
주요 브랜드 베스트셀렉트,
해피초이스, 이베이직
와이즐렉,
베이직아이콘
홈플러스 좋은상품,
홈플러스 알뜰상품
2006년 PL 매출
(전체 매출 중 PL 비중)
9200억 원(9.7%)4500억 원
(12.0%)
7200억 원(18.0%)
자료: 각 업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