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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10월 9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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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바로 카세트테이프가 아닐까.
아직도 한국에선 ‘영어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공부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외국어 학습 열기가 남다르고, 설교나 찬송가 같은 종교 관련 테이프 시장이 남아 있는 등 카세트테이프 시장이 적지 않은 규모로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카세트테이프도 2, 3년 뒤면 ‘멸종의 위기’에 직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수명 다해 가는 카세트테이프
영국의 최대 전자 소매상인 ‘커리스’는 5월 카세트테이프의 판매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이는 지극히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영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카세트테이프는 1989년 한 해 동안 무려 8900만 개였으나 2000년 5300만 개, 2005년 50만 개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지난해에는 겨우 10만 개에 불과했다.
미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미국음반산업협회(RIAA)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음반 시장에서 카세트테이프가 차지하는 비중은 0.8%에 그쳤다.
반면 한국에는 아직 카세트테이프 시장이 남아 있어, 외국 전자업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소니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소니 일본 본사에서는 한국처럼 첨단 전자기기가 발달한 나라에서 아직도 카세트테이프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것을 놀라워한다”고 말했다.
소니의 어학용 ‘테이프 워크맨’은 한국 시장에서 요즘도 연간 10만 대 정도가 팔리며 ‘아시아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카세트테이프에도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LG전자의 소형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인 ‘아하프리’는 2003년에, 삼성전자의 ‘마이마이’는 2004년에 이미 단종됐다.
소니코리아도 올 6월 카세트데크가 없는 오디오 컴포넌트 4종을 한국 시장에 처음으로 선보였다. 2009년경부터는 오디오 제품에서 카세트테이프를 들을 수 있는 카세트데크를 없앤다는 계획이다.
카세프테이프는 있는데, 그 안의 콘텐츠를 재생할 기기가 없는 상황이 몇 년 내 찾아올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최근 힙합 가수 ‘드렁큰타이거’가 일부 팬의 요청에 따라 자신들의 최신 앨범을 카세트테이프로도 발매하자 ‘시대를 역행했다’는 이유로 큰 화제가 됐다.
이처럼 카세트테이프가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이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소중한 소리’를 쓰레기통에 버리기가 아깝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럴 때는 귀중한 아날로그 음원을 디지털화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만하다.
멀티미디어 주변기기 전문기업인 ㈜비티오는 최근 오디오 테이프를 디지털 파일로 변환해 컴퓨터에 저장할 수 있게 해 주는 ‘플러스데크 EX’를 시장에 내놓았다. 소비자가격이 31만9000원으로 개인이 구입하기에 다소 부담스럽다는 게 흠이다.
카세트테이프의 소중한 콘텐츠가 디지털 세상에서도 빛을 보게 하려면 평소 보관에 유의해야 한다. 3, 4개월에 한 번쯤은 ‘빨리 돌리기(FF)’를 했다가 되감기를 해 줘야 한다. 철 성분이 있는 테이프가 눌러 붙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산소 공급을 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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