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경영]‘사회책임’없인 기업 없다

  • 입력 2007년 9월 10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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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정도경영 ‘100년 기업’ 키워드로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조건으로 사회책임경영(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의 중요성이 날로 부각되고 있다.

이는 기업이 경제적인 이익을 창출하면서도 윤리, 노동, 환경 등 다양한 부문에서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려는 △환경경영 △정도경영 △사회공헌 등을 말한다.

송인경 에코프론티어 부장은 “사회책임경영은 기업이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법이며, 경영성과로 직결되기도 한다”며 “대기업들이 비자금 사건 등 비윤리적 사안을 거액의 기부금으로 덮어보려는 이른바 ‘그린 워시(Green Wash)’가 통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

○“사회책임경영은 돈이다.”

‘사회경영’ 기사목록

▶ ‘사회책임’없인 기업 없다

▶ 지속가능 경영 화두는 ‘고객과의 상생’

▶ 현지인과 하나되기 ‘원더풀’

▶ 104m 탑에서 제철소의 하늘 빈틈없이 감시

▶ SRI펀드를 아시나요

▶ 산재환자 지원-예술관 건립 ‘나눔실천’

▶ 사통팔달 주민접촉…현대·기아차 사회공헌프로그램

▶ 소외계층에 ‘행복의 불꽃’ 점화

▶ “환경을 생각합니다”

▶ 미국 글로벌기업들 “단순 기부-봉사는 NO”

▶ 오염배출 적게 더 적게

▶ [우리기업 사회경영은]KTF 外

국내 대기업 계열사인 S사는 최근 핀란드의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노키아에 배터리를 납품하려다가 한때 좌절할 뻔한 적이 있다.

가격 협상을 마무리한 후 느닷없이 노키아가 “S사의 배터리가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다”며 이의를 제기한 것. S사는 결국 수개월간 노키아의 실사(實事)를 받은 끝에 배터리를 납품할 수 있었다.

S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수출할 때 가격이 우선이었지만, 이제는 환경 등 기업의 사회적인 책임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례는 다국적 기업일수록 두드러진다. 나이키는 1996년 미국 잡지 ‘라이프’에 축구공을 꿰매는 12세짜리 파키스탄 어린이 모습이 보도된 데 이어 1997년 나이키 베트남 공장에서 유해물질인 톨루엔이 검출되면서 주가가 39%나 곤두박질치는 위기를 맞았다.

나이키는 이후 노동자 연령을 제한하고 하청업체에 사회적인 책임을 강조하는 지침을 내린 후에야 정상 궤도를 되찾았다.

미국의 사회책임경영 컨설팅업체인 콘 로퍼사(社)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가격이 같다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제품을 사겠다’는 응답이 1993년 66%에서 2004년 86%로 20%포인트 늘었다.

○사회책임경영 국제 압박도 거세져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제적인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국제표준화기구(ISO)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제 표준인 ‘ISO26000’을 제정하고 있다. 2009년까지 환경, 인권, 노동, 지배구조, 공정한 업무 관행, 소비자 이슈, 지역사회 참여 등 7개 분야에서 국제 표준이 만들어진다.

ISO26000은 수입업체가 수출업체에 사회적인 책임과 관련 국가 규격에 따른 인증서를 요구하면 새로운 무역장벽이 될 수 있다. ISO26000이 ‘블루라운드(노동)’, ‘그린라운드’(환경)로 불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각 나라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일본은 경제단체인 경단련(經團連)과 기업들이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벌써부터 ISO26000 제정에 ‘입김’을 행사하고 있다.

프랑스는 2001년부터 상장기업의 연례보고서에 기업 활동의 사회적 환경적 영향에 대한 내용을 포함시킬 것을 법제화했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기업간 거래에서 환경 및 노동 기준을 잘 지키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계약 파기에 이르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에 기업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회책임경영 못하면 투자도 줄어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현재 미국 다우존스지속가능경영(DJSI) 지수 편입을 위한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4월부터 시작됐으니 6개월째다.

DJSI는 미국 다우존수지수 편입 업체 가운데 기업지배구조와 환경, 노동, 사회활동 등 부분에서 상위 10%안에 드는 기업들만 따로 떼내 만든 주가지수다. 국내에선 지난해 포스코와 삼성SDI가 DJSI에 편입됐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DJSI에 편입되면 기업 내부적으로 사회적인 책임을 다한다는 이미지 제고 효과 외에도 국제 입찰이나 투자 유치 활동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DJSI는 기업의 재무적인 성과 이외에 사회적인 책임까지도 투자 기준으로 삼는 사회책임투자(SRI)의 중요 지표로도 활용된다.

SRI의 시장 규모는 전 세계적으로 400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또 미국 내 SRI펀드 규모는 2005년 말 2조2900억 달러로 1995년 이후 연 평균 13.6%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는 주식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이 SRI펀드에 3000억 원을 투자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국민연금의 SRI펀드 수익률은 올해 들어 6월 말까지 29.15%로 국민연금 전체 수익률(25.7%)보다 높다.

김종육 미래에셋자산운용 상무는 “SRI가 처음에는 술, 담배, 무기제조업체 등 반(反)사회적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 데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기업의 사회책임경영을 감시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글=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디자인=김성훈기자 ksh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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