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탐방]외지인엔 ‘그림의 떡’된 ‘金포’ 땅

  • 입력 2007년 9월 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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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하류에 드넓게 펼쳐진 평야에 자리 잡은 경기 김포시는 예부터 질이 좋은 쌀이 많이 생산되기로 이름이 높았다. 들판이 있는 곳에는 어디나 그랬듯이 김포에도 지주가 있었다. 특히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은 1960년대까지만 해도 집안의 먹는 입을 줄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지주의 집에서 머슴살이를 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급속한 경제발전과 수도권 개발에 따라 김포에서 머슴살이를 했던 사람들 중 일부는 20∼30년이 흘러 수백억∼수천억 원대 땅 부자가 됐다. 머슴살이를 하며 땅에 맺힌 한이 유난히 컸던 탓에 돈이 모이는 대로 논을 사 모았던 것. 땅값이 폭등하면서 머슴은 거부(巨富)가 됐다. 김포에서 지주의 아들로 태어나 서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 임원이 된 A 씨는 향우회에 나갔다가 땅 부자가 된 자기 집 머슴의 위세에 눌려 조용히 밥만 먹고 왔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지난해 검단신도시 개발계획 발표로 부동산 값이 들썩였던 김포지역의 토지시장을 들여다본다.》

○1980년대에 비해 30∼40배 폭등

김포시는 서울 강서구와 접한 수도권이지만 1980년대 중반까지 주민 대부분이 논농사를 짓는 한적한 시골에 불과했다. 논 3.3m²(1평)당 1만 원 정도로 지방의 논값과 별 차이가 없었다. 입지가 좋은 도로변 대지도 3.3m²당 7만∼8만 선이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해 논 값이 3.3m²당 2만∼3만 원 선으로 소폭 오른 뒤 1990년대 중반 이후 준농림지 개발 바람과 함께 김포 곳곳에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땅값이 뛰기 시작했다.

아파트가 전국적으로 많이 지어지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부터는 땅값이 더 가파르게 올랐다. 도로변의 대지가 3.3m²당 150만 원 선까지 올랐다.

그러다 2004년 김포신도시 개발계획이 발표되고, 이와 가까운 인천에 지난해 검단신도시를 짓는 계획이 나오면서 땅값은 급등했다.

2004, 2005년 3.3m²당 200만 원 선이던 도로변 대지 값은 지난해 3.3m²당 400만 원 선까지 치솟았다. 농사만 지어야 하는 농업진흥지역 논도 현재 3.3m²당 30만 원은 줘야 살 수 있다.

공장용지 값도 많이 올랐다. 양촌산업단지가 가까운 김포시 양촌면 학운리 일대의 공장용지는 지난해 3.3m²당 130만 원 선에 거래됐지만 올해에는 시세가 200만 원으로 올랐다.

○사통팔달 교통망

김포시 주변에는 경부 및 경인고속도로와 연결되는 서울외곽순환도로, 인천국제공항으로 직행하는 신공항고속도로, 올림픽도로 등 간선도로망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착공을 앞두고 있는 제2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도 김포신도시 주변을 지난다.

올해 말에는 김포시와 고양시 일산신도시를 잇는 일산대교가 개통될 예정이어서 일산의 편의시설을 이용하기도 쉬워진다.

또 김포시에서 가까운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으로 가면 지하철 5호선을 탈 수 있고, 2009년이면 서울 강남지역으로 향하는 지하철 9호선이 개통된다.

하지만 김포공항과 김포신도시를 잇는 전철이 지하철 9호선과 직접 연결되는 ‘중(重)전철’이 아니라 지상으로 다니는 ‘경(輕)전철’로 건설되는 방안이 추진되는 상황은 아쉬운 대목. 김포시민들은 “서울과 경전철로 연결되는 신도시는 김포밖에 없다”며 정부에 중전철 건설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공장용지 외 거래 뜸해

최근 몇 년간 땅값 급등에도 불구하고 2003년 김포시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공장용지 외의 토지 거래는 뜸해졌다.

김포시 장기동 W공인 사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따라 외지인들의 토지 취득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올해부터는 양도소득세가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부과돼 세금 부담이 높아진 땅 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아 거래가 급격히 위축됐다”고 전했다.

실제 김포신도시 예정지 주변인 운양동 등 김포시 곳곳에는 부동산 중개업소가 수십 개씩 난립해 있지만 70%가량은 문을 닫았다.

토지컨설팅업체 JMK플래닝 진명기 사장은 “서울과 가까운 김포시의 지리적인 이점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보다는 소규모 공장용지를 찾는 기업들이 토지 매수를 고려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김포=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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