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농협, 은행가 ‘물찬 제비’

  • 입력 2007년 7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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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좋은 자리에는 돈을 더 써서라도 어김없이 들어오고, 영업은 악착같이 달려든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은행과 농협의 공격적인 영업 방식을 이렇게 요약해 설명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은행권 경쟁에서 국외자 취급을 받았던 기업은행과 농협이 올 상반기(1∼6월)에 빠른 속도로 시장점유율을 높여 타 은행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기업은행, 민영화 대비해 몸집 불리기

이경준 기업은행 수석부행장은 5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업은행은 기업하고만 거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잘못된 선입관”이라며 “기자들부터 기업은행 계좌를 하나씩 만들어 달라”면서 전단지를 돌렸다. 헤어질 때도 악수를 나누면서 예적금 가입을 집요하게 권유했다.

기업은행은 상반기 중 원화대출금 규모를 지난해 말보다 10.7%(7조5483억 원) 늘렸다. 총수신 규모도 85조2982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2.5% 증가했다. 둘 다 은행권 최고 증가율이다.

중소기업금융의 노하우를 살려 대출 규모를 키웠고 부행장부터 지점 직원까지 영업에 나서 개인금융 부문을 강화했다.

연임에 성공한 강권석 행장은 월례 조회 때마다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은행 예금의 감소를 막아야 한다”(6월 4일), “예금에서 투자로의 전환, 즉 돈의 움직임(Money Move)이 시작됐다”(7월 2일)고 강조하며 여수신 확충에 나설 것을 독려했다.

금융권에서는 강 행장이 임기 내 민영화에 대비해 몸집 불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증권사 인수나 설립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해석이다.

○농협, 생존 위해 글로벌 뱅크로 변신 노력

농협은 5일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피치로부터 A+ 등급을 받았다. 이는 산업, 수출입, 기업, 국민은행과 동일한 등급으로 은행권 최고 수준이다.

상반기에는 총수신을 10조3064억 원(10%) 늘리며 기업은행에 이어 예금증가율 2위를 차지했다.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지점(33개)을 신설하고 정용근 신용부문 대표와 임원들이 전국을 돌며 영업에 직접 나서는 등 총력을 기울인 결과다. 4월에는 프라이빗뱅킹(PB) 지점을 열었고 지난달 28일에는 ‘NH’라는 새로운 CI를 선보였다.

농협은 외환은행 인수 추진, 투자은행(IB) 부문 강화, 미국 뉴욕과 중국 상하이(上海) 진출 추진 등 업무영역을 넓히기 위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농협의 변신 노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위기에 처한 농촌 대신 새로운 수익기반을 찾아야 한다는 위기의식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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