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해지하겠다” 전화 한 통이면…VIP 혜택 한 아름

  • 입력 2007년 7월 1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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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김모(28·여) 씨는 얼마 전 발급받고도 쓰지 않는 ‘장롱 신용카드’들을 정리하려고 각 카드사 콜센터에 전화를 했다. 하지만 결국 한 장도 해지하지 못했다. 전화 상담원이 던진 ‘미끼’ 때문이었다. A카드 콜센터의 상담원은 카드를 해지하고 싶다는 김 씨에게 불편한 점이 있는지를 물었다. 김 씨는 “연회비가 없고 혜택이 좋은 다른 카드를 이용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상담원은 곧바로 김 씨의 카드 사용 명세를 조회하더니 “○○면세점 이용하시네요. 국내 최고 수준으로 항공 마일리지가 적립되는 ‘○○면세점 제휴 플래티늄 카드’로 바꾸시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했다. 》

1년에 한 번만 쓰면 연회비가 면제되고, 전용 콜센터도 둔 VIP 카드라는 설명에 김 씨는 카드를 해지하는 대신 교체하기로 했다.

B 카드 콜센터 상담원은 카드를 발급받은 뒤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 김 씨에게 “연체 없이 우수한 고객이니 현금처럼 쓸 수 있는 2만 포인트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김 씨가 소지한 B카드로 2만 포인트를 적립하려면 1000만 원가량을 카드로 써야 한다. 그는 상담원 말대로 포인트를 사용한 뒤 다시 생각하기로 했다.

김 씨는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으면 바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혜택을 챙기려면 주기적으로 카드사 콜센터에 전화해 해지 위협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신용카드 신규 회원 유치 경쟁으로 카드를 여러 개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카드업계의 출혈경쟁 때문이다.

초고속 인터넷이나 케이블TV 업체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다른 업체로 바꾸겠다”거나 “해지하겠다”고 하면 이용 요금을 몇 달 동안 면제해 주고, 상품권을 보내 주겠다고 하는 일이 잦다.

이에 대해 카드업계 관계자는 “무조건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의 이용 실적이나 행태에 따라 다르게 제공하려고 한다”며 “신규 회원을 확보하는 것이 혜택을 제공하면서 기존 회원을 붙잡는 것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시민모임의 김자혜 사무총장은 “같은 카드, 서비스의 고객이라면 동일한 혜택을 받아야 하는데 불만을 얘기하거나 스스로 찾아 요구해야만 혜택을 받는 사례가 많다”며 “기업들이 소비자들에게 책임 있게 정보를 먼저 알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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