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용 기자의 보험 이야기]방카쉬랑스의 공습…

  • 입력 2007년 7월 4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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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설계사 L(36) 씨는 과거 코스닥에 상장돼 있던 A사의 IR(기업 설명) 팀장이었다.

A사는 매출을 늘리기 위해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했고 장부도 조작했다.

투자자들에게는 “아무 문제없다”고만 했다. 결국 A사는 다른 기업에 팔렸고, L 씨는 실직했다.

L 씨는 지난해 말 설계사 업무를 시작했다. 열심히 뛴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IR 팀장 경험도 도움이 됐다. 대인관계의 폭이 넓은 데다 상품을 보기 좋게 포장해 고객에게 소개하는 능력도 뛰어났다.

그런 그에게 최근 위기가 찾아왔다. 내년 4월부터 방카쉬랑스 제도가 확대 적용돼 은행에서 종신보험까지 팔게 됐기 때문이다. L 씨의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정부가 ‘특수형태 근로종사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추진하면서 실직을 걱정할 상황으로 내몰렸다. 이 법이 시행되면 설계사가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지만 보험사로선 비용 부담을 우려해 설계사를 해고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지금 L 씨가 선택할 수 있는 진로는 3가지.

우선 새 제도 시행 전 보험상품을 무리하게 판매해 단기 실적을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불완전 판매’로 해약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

다른 진로는 보험사에 소속돼 활동하는 대신 대리점 형태의 법인에서 일하는 것이다. 최근 일부 대리점은 성과에 따라 수당을 지급하는 전통적 계약 관계 대신 매달 일정 급여를 주는 정규직 설계사를 고용하기도 한다.

보험 대리점인 코리아에퀴터블 최수성 사장은 “설계사가 정규직으로 활동하면 무리하게 계약을 하는 관행이 없어져 소비자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설계사 개인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도 있다. 고객 처지에서 가장 도움이 되는 상품을 선별해 추천하고 사후 관리함으로써 단골 고객을 늘리는 길이다. 보험사도 이런 설계사를 잡고 싶어 할 것이다.

어떤 게 최선일까.

“코스닥 기업 IR 팀장으로서 성공하지 못했던 건 투자자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라는 L 씨의 고백이 힌트가 될 만하다. ‘설계사 위기’의 실체는 방카쉬랑스나 특수근로자 보호법이 아니라 ‘소비자의 평가’일 수 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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