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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6월 2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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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대부업체 광고가 쏟아지고 있으며 이 업종을 소재로 한 TV 드라마 ‘쩐의 전쟁’도 인기를 얻고 있다. 드라마 주인공 이름을 사칭한 불법 대부광고까지 생겨날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부업체 이용과 거리가 먼 일반인들의 관심도 요즘 덩달아 높아졌다.
국내 대부업계는 18조 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며 연 330만 명 가까이 이용하는 황금기를 맞고 있다.》
○ ‘쩐의 전쟁’ 속 대부업체는 불법 업체
드라마 쩐의 전쟁은 대부업계의 현실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을까.
극중 악덕 사채업자 ‘마동포’가 운영하는 회사는 불법 업체여서 합법 업체의 행태와는 많이 다르다.
현행 대부업에서는 ‘연 66%의 금리상한 규정’을 두고 이를 초과하는 이자를 받으면 3년 이하 징역 및 3000만 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하지만 드라마 속 마동포는 무려 연 70∼120%의 ‘살인적’ 고리(高利)를 받고 있다.
또 마동포는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하는 대출자에게 신체포기 각서를 쓰도록 강요하지만 이 역시 불법이다. 대부업 거래 상대에 욕설 협박 납치 폭행 감금 등을 사용한 불법 추심행위를 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쩐의 전쟁에는 일반인에게 생소한 ‘대포 통장’도 등장한 바 있다. 계좌 개설자와 실제 사용자가 다른 통장이다.
이재선 대부업협회 사무총장은 “불법 대부업체는 경찰의 자금 추적을 피하기 위해 십중팔구 대포 통장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 사회에 깊숙이 파고든 대부업계
광고를 앞세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러시앤캐시’는 일본 아프로금융그룹의 대부업 브랜드다.
지난해 말 현재 국내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돼 있는 대부업체는 1만7210곳.
총자산 70억 원 이상으로 외부감사 대상인 대부업체 가운데 대부잔액이 가장 많은 곳은 일본계 산와머니로 3455억 원이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설립돼 빠른 기세로 고객 몰이를 하고 있는 미국 메릴린치 계열 페닌슐라캐피털이 사실상 업계 1위로 추정된다. 아직 감사보고서가 나오지 않았지만 5000억 원 이상을 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해 금융감독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부업체 시장의 이용자층은 △대졸 52% △고졸 42% △대학원 졸 이상 3% 등으로 고졸 이상이 무려 97%를 차지했다. 또 연소득 4000만 원 이상 고소득층 이용자 비중도 31.4%에 이르렀다.
대부시장을 이용하는 이유는 ‘교육비, 병원비 등 급전 필요’(26%)가 가장 많았으며 사업실패(21%) 기타(19%) 실직(18%) 등의 순이었다.
○ ‘대부업체, 은행 상표 사용하기도’
한편 시중은행들은 최근 대부업체가 은행의 상표를 사용하는 사례가 늘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재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대부업체만 해도 KB크레디트, 국민대출, 신한뱅크론, 신한종합금융, 우리금융론, 하나론 등 10여 곳.
신한뱅크론은 자사(自社) 홈페이지 주소를 신한은행과 유사한 ‘www.shinhan-bank.com’으로 쓸 정도다. 하지만 대부업체가 워낙 많아 은행들의 법적 대처도 힘든 상태다.
정찬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등록 대부업체의 음성적 영업은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며 “제도권 금융회사들은 사회공헌 차원에서라도 서민대출을 강화해 대부업의 폐해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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