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사업본부의 '잘못된 예산'…60억 '꿀꺽'

  • 입력 2007년 6월 15일 16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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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부 산하 우정사업본부가 필요도 없는 아날로그 비디오테이프를 산다는 명목으로 2년 간 59억7600만 원의 예산을 받아 직원들의 금강산 연수비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김태환 의원과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는 '아날로그 폐쇄회로(CC)TV의 비디오테이프를 구입한다'는 이유로 2005년과 2006년에 각각 29억5100만 원과 30억2500만 원, 총 59억7600만 원의 예산을 청구해 받았다.

그러나 우정사업본부는 2004년 말까지 119억 원의 예산을 들여 아날로그 CCTV를 디지털 CCTV로 99.9% 교체했기 때문에 아날로그용 비디오테이프가 필요하지 않은 상태였다.

우정사업본부는 이렇게 확보한 예산 중 49억 원을 동전용 포장지, 현금 봉투 등 사무용 물품을 구입하는 데 썼고 직원들의 금강산 연수비로 7000만 원, 각종 기념품이나 홍보용품 구입비로 2억3000만 원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남은 돈 7억7600만 원은 '불용(不用) 예산'으로 처리됐다.

감사원은 지난 달 이런 사실을 적발해 담당 팀장(과장급) 2명과 실무 직원 2명 등 총 4명에게 주의 조치를 내렸다.

우정사업본부 당국자는 "불필요한 명목으로 예산을 편성한 것은 실무진의 착오였다"며 "그 예산의 성격이 업무에 필요한 다른 물품을 구매할 수도 있는 '일반수용비'이기 때문에 예산을 불법적으로 전용하거나 착복한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태환 의원은 "실체가 없는 명목으로 2년이나 예산을 확보한 것은 실수가 아니라, 국회와 국민을 고의로 속인 것"이라며 "정통부 장관의 공개 사과와 부서장 등에 대한 엄중한 문책이 있어야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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