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 삼성 ‘신경영 선언’ 14년

  • 입력 2007년 6월 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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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6월 7일 이건희(사진) 삼성그룹 회장은 200여 명의 그룹 수뇌부를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불러 모아 “마누라와 자식 빼고 모든 걸 바꾸라”고 지시했다. 이른바 ‘신경영 선언’이었다.

이로부터 만 14년. 이 회장의 신경영 선언은 양적 성장을 중시하는 관행에서 품질과 기능을 중시하는 질적 성장 위주로 삼성을 탈바꿈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지역전문가과정 등 인재 육성과 과감한 투자 등은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한 원동력이 됐다.

그동안 삼성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매출과 순익 등 외형은 놀라울 만큼 커졌고 브랜드가치도 급성장했다. 하지만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원활한 경영권 승계 등 풀어야 할 ‘숙제’도 만만치 않다.

○ 달라진 삼성의 위상

신경영 선언 이후 삼성은 끊임없는 경영혁신을 추구했고 삼성그룹의 성장 곡선은 수직 상승했다.

삼성그룹의 1992년 매출은 38조2000억 원, 순익은 2935억 원이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140조 원대의 매출을 올렸고 14조 원 이상의 순이익을 남겼다. 금융계열사들의 결산일이 달라 그룹 전체 실적은 7월에 확정된다.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만 보면 같은 기간 매출은 6조1000억 원에서 58조9700억 원으로 커졌고, 순이익은 724억 원에서 7조9300억 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이 회장이 여러 차례 위기감을 드러낼 정도로 삼성그룹은 현재 녹록하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다. 2004년 사상 최대 매출(그룹 전체)을 올린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을 정도로 성장이 정체돼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휴대전화는 노키아, 모토로라와의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고,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은 3년 연속 1조 원가량 투자했지만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발행 사건의 2심 판결에서 보듯 경영권 승계 작업도 순조롭게 이뤄질지 미지수다.

○ “창조경영으로 돌파구 마련”

삼성그룹은 5일 사내방송(SBC)을 통해 전 직원에게 신경영의 정신을 다시 소개하고 창조경영의 중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삼성 사내방송은 ‘신경영, 창조와 도전의 역사’라는 주제의 방송을 통해 “(신경영 선언 당시) 삼성에 자만과 안이한 사고가 만연해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시기였고, 그때 질 경영 중심의 신경영이 선포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무한 경쟁의 상황이며 삼성도 예외는 아니다”며 “변화와 혁신의 창조적 마인드로 이를 극복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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