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동빈 기자의 카 라이프]연비 높여 준다는 제품들

  • 입력 2007년 6월 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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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연료소비효율(연비)을 높이는 데 잔기술은 통하지 않는다.’

기자가 비싼 수업료를 내고 터득한 내용입니다.

1993년 첫 차 스쿠프를 구입했을 당시 휘발유 가격은 L당 560원이었습니다.

1600원대인 지금과 비교하면 꿈같은 이야기이지만 그래도 그때는 나름대로 연료비 부담이 만만치 않게 느껴지더군요.

1500cc 엔진이 들어간 스쿠프 수동변속기 모델의 실제 시내주행 연비는 L당 8∼9km 정도였는데 한 달에 평균 15만 원 정도의 기름값이 들어갔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자동차 잡지에서 10% 이상 연료를 절약해 준다는 제품을 보고 덜컥 구입했습니다. 가격이 한 달 기름값이었지만 1년이면 본전을 뽑을 수 있다는 얄팍한 계산을 한 것이죠.

자기장의 원리를 이용하는 자석 제품이었는데 몇 개월이 지나도 연비의 변화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품을 제거하고 다시 측정을 해 봐도 마찬가지더군요.

그러다 1년쯤 지나서 다른 제품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엔진의 공기 흡입구에 부착하는 바람개비 날개 같은 모양이었는데 역시 연비가 10% 정도 좋아지고 출력도 높아진다고 광고를 했습니다.

자석 제품을 생각하며 망설였지만 광고에 나온 공학적 이론에도 공감이 가서 결국 구입을 하고 말았습니다. 이 제품 역시 광고와는 달리 체감할 수 있는 효과가 없었습니다.

나중에 자동차 공학 전문가에게서 이야기를 들어 보니 바람개비에 의한 소용돌이 원리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엔진 자체가 그런 원리 아래 설계돼야지 간단한 부품 하나를 붙여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오히려 엔진 회전수가 높아지면 저항으로 작용해 연비가 나빠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자의 무모한 실험정신이 여기에서 그친 건 아닙니다. 30만 원이 넘는 전자장치 등 2, 3종류의 연료절감 제품을 더 사용해 봤지만 연비를 높여 주는 장치를 찾지 못했습니다. 정말 효과가 좋은 연료절감 제품이 있다면 1%의 연비 향상을 위해 수천억 원의 연구개발비를 쏟아 붓는 자동차 회사가 그걸 놔두고 가만있을 리가 없겠죠.

mobidic@donga.com

※카라이프와 자동차이야기는 격주로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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