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그룹 세무조사 마무리 단계 접어들어

  • 입력 2007년 6월 1일 16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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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자동차그룹에 대한 국세청의 특별 세무조사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지난해 3월 불거진 현대차그룹 비자금 사태가 수습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1년 3개월 가량 지속된 이번 사태로 현대차그룹은 영업실적이 악화된 것은 물론 이미지도 크게 실추돼 그룹의 정상화 여부는 지금부터의 노력에 달려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본보 3월 24일자 1면 참조
▶현대차 계열사 세무조사

본보 1일자 1면 참조
▶현대-기아차 본사도 세무조사… 비자금 개입 여부 추적

국세청이 3월23일 글로비스 등 현대차그룹 4개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데 이어 4월부터 그룹의 핵심인 현대차와 기아차에 대한 세무조사도 벌이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번 조사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많다.

현대차와 기아차에 대한 조사까지 끝나면 전체적인 비자금 조성 경로와 수법이 명확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세무조사 후 현대차그룹이 부담해야 할 추징세액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 수사에서 밝혀진 비자금 규모가 1000억 원대에 이르는데다 국세청이 특별조사를 했다는 점에서 추징세액이 예상보다 많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국세청은 추징액이 너무 크면 그룹 경영에 적잖은 부담이 되는데다 정몽구 회장이 1조 원 규모의 사회 환원계획을 밝힌 바 있어 처분수위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기업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가급적 일찍 세무조사를 매듭짓는다는 방침이다.

이번 세무조사까지 끝나면 현대차그룹은 회사 차원에서 비자금 사태로 거쳐야 할 관문은 거의 다 통과한 셈이고, 정 회장 개인에 대한 법원 판결만 남겨두게 된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그동안의 악재를 털어내고 회사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미국시장 진출에 이어 유럽을 공략하기 위해 4월 말 연산(年産) 30만 대 규모의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을 준공하고 같은 규모의 현대차 체코 공장을 짓고 있는 중이다. 철저한 현지 생산전략으로 환율 변수를 극복한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세계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뒤쳐져 있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벤츠, BMW 등 명차(名車)에나 사용돼온 최고급 내장재 '알칸타라'를 '에쿠스'에 사용하기로 하는 등 의욕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비자금 사태 이후 내리막을 걷던 현대차와 기아차의 실적도 지난달부터 조금씩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두 회사는 지난달 판매대수가 작년 동월에 비해 각각 7.7%씩 증가하는 등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를 벗어나고 있다.

정 회장도 실추된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2012년 여수 세계박람회' 유치에 직접 발 벗고 나서는 등 애를 쓰고 있다.

유치위원회 고문을 맡고 있는 정 회장은 이달 18,19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제141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정기총회에서 여수박람회 유치위원회 정부대표단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출국할 예정이다.

이번 총회가 11월 27일 박람회 개최지 투표에 앞서 마지막으로 열리는 총회여서 막판 득표활동에 총력을 쏟는다는 전략이다. 정 회장의 이번 출국은 4월 체코 슬로바키아 터키, 5월 브라질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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