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컨설팅 시장 유례 없는 호황… 왜?

  • 입력 2007년 5월 18일 03시 00분


《섬유화학업체인 A사는 지난해 영업사원들의 성과 차이가 너무 큰 점을 고민해 한 국내 컨설팅업체에 업무 표준화 컨설팅을 받았다. 이 컨설팅 업체는 영업사원들의 영업 방식을 조사한 뒤 업무표준 매뉴얼을 만들어 제공했다. 이 매뉴얼에는 시장조사 방법, 경쟁사 동향조사 방법, 고객대응 방법 등의 노하우가 담겨 있었다. A사는 컨설팅을 받은 결과 영업사원 실적 편차도 줄고 전체 매출이 5% 이상 증가했다.》

몇 년 전부터 정체돼 있던 한국 컨설팅 시장이 또다시 급성장하면서 컨설팅 회사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구조조정이나 경영전략에 대해 외부 컨설팅을 받았다면 요즘은 업무효율화나 표준화 등 성장 전술에 대한 컨설팅을 주로 받고 있다.

○ 생존에서 성장으로

디스플레이 부품업체인 B사는 협력사에서 납품받는 제품의 품질이 서로 다르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컨설팅 회사에 의뢰해 협력사 진단을 요청했다. 이 컨설팅 회사는 50여 개 협력업체를 일일이 방문해 문제점을 파악한 뒤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그 결과 B사는 협력사들에 대한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해졌다.

컨설팅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의 컨설팅 호황이 한국 기업의 구조적인 변화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외환위기 이후 초고속 성장이 주춤하면서 기업들은 성장률 1%포인트를 올리기 위해 글로벌 경영과 신성장동력 발굴에 필사적이 됐다.

특히 중견 기업까지 성장의 동력인 기업 인수합병(M&A)에 적극적인 게 최근의 추세다. 범위도 넓어져서 주력 업종이 아닌 새 업종에 진출한다거나 국내를 벗어나 해외 기업에도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러다 보니 글로벌 경영 트렌드에 밝은 다국적 컨설팅 업계가 호황을 누리게 된 것이다.

이성용 베인앤컴퍼니 한국지사장은 “지난 10년 동안 한국 기업의 목표는 ‘생존’에서 ‘성장’으로 변화했다”며 “해외 기업을 인수합병하려는 기업들의 문의가 부쩍 늘어난 것이 최근의 추세”라고 말했다.

○ 전략에서 전술로

최근 한국의 대표적인 전자업체인 C사는 한 다국적 컨설팅회사에 세계 여러 나라에 가전제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골치를 썩이던 ‘애프터서비스(AS) 사기’에 대해 컨설팅을 받았다.

이 회사는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세계 40개국 이상에서 가전제품을 판매하느라 각국 법인에 AS 관리를 맡겨 놓았는데 이것이 문제였다. 컨설팅 회사는 이 회사에 본사 차원에서 세계 각국의 AS를 일괄 관리하도록 컨설팅했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이 컨설팅을 받는 분야도 달라졌다. 외환위기 이후에는 구조조정, 경영전략 수립 등 거시전략이 기업 컨설팅 시장의 ‘주력상품’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원하는 분야가 명확해지고 컨설팅 의뢰도 대기업 그룹 차원보다는 해당 사업부를 통해 하는 경우가 많다.

조범구 액센츄어 부사장은 “외환위기 직후의 컨설팅 주제는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 도입 등 그룹 전체의 변화를 주도할 전략적 분야에 집중됐지만 최근에는 구체적인 사업 분야에서 컨설팅을 원하는 기업이 크게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외부 컨설팅을 받는 기업이 늘면서 국내 컨설팅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1998년 8710억 원이었던 국내 컨설팅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2조7000억 원으로 성장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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