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a Rush/국내 주요그룹의 중국 진출 전략]<4·끝>SK

  • 입력 2007년 4월 30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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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은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으로 그룹 차원에서 중국을 제2의 내수시장화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의 SK주유소(왼쪽). 최근 방한한 원자바오 총리가 SK텔레콤 TD-SCDMA 시연회장에서 최태원 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 제공 SK
SK그룹은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으로 그룹 차원에서 중국을 제2의 내수시장화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의 SK주유소(왼쪽). 최근 방한한 원자바오 총리가 SK텔레콤 TD-SCDMA 시연회장에서 최태원 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 제공 SK
“자신이 속한 계열사가 국내에서 매년 10%씩 10년 동안 성장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임원은 손을 들어 주십시오.”

지난해 6월 경기 용인 SK아카데미.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주요 계열사 임원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100여 명의 임원 가운데 누구도 손을 들지 못하자 최 회장은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글로벌리티’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SK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뜻이다. 최 회장은 특히 글로벌 전략의 발판으로 중국을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 거대한 시장으로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국에서 성공해야 진정한 글로벌 리딩 기업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SK는 그룹 차원에서 ‘차이나 인사이더(China Insider)’ 전략을 세우고 정유와 통신 사업을 필두로 중국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SK그룹은 1991년 중국 베이징(北京)에 사무소를 개설한 이후 SK㈜ SK텔레콤 등 8개 계열사가 26개 지역에서 68개의 현지 법인 및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 차이나 인사이더

SK의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은 말 그대로 중국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삼자는 뜻이다. 이는 중국 선도 기업뿐 아니라 주요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도 이길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SK그룹의 중국 시장에 대한 애착은 그룹 총수인 최 회장의 중국 체류 기간만 봐도 알 수 있다. 2005년 7회 15박 16일에서 지난해엔 6회 20박 23일로 방문 횟수는 줄었지만 체류 기간은 오히려 늘어난 것.

최 회장은 중국 내 고위 인사들과 친분을 돈독히 하며 통신 정유 등 주요 계열사를 직접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10일 방한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SK텔레콤 연구소를 찾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최 회장은 최근 중국 하이난(海南)에서 열린 보아오 포럼에서 중국 권력서열 2위인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 만나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 글로벌 시스템으로

SK그룹은 올해 초 모든 조직을 글로벌 시스템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중국 공략을 위한 대대적인 정비가 눈에 띈다.

SK㈜는 중국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삼아 아시아태평양 지역 선도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중국 수출과 현지 법인이 거둔 매출은 3조 원. 2010년까지 5조 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SK㈜는 또 지난해 말 중국 산둥(山東) 성 가오신(高新)개발구 당국과 합작으로 자본금 60억 원, 총투자 120억 원 규모의 주유소 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하는 등 중국 주유소 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SK네트웍스와 SK가스가 중국에 19곳의 주유소를 설립한 적은 있지만 SK㈜가 주유소를 설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텔레콤은 중국 현지에 자본금 약 3000만 달러의 지주회사를 설립하기로 하는 등 핵심 역량을 중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 쏟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6월 중국의 차이나유니콤과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사업에 대한 포괄적 협력 제휴를 체결한 데 이어 약 10억 달러 규모의 전환사채도 매입했다. 이는 시장개방을 앞둔 중국 통신시장을 선점한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SK텔레콤은 또 지난해 8월에는 중국 정부와 중국식 3세대 이동통신(TD-SCDMA) 기술 협력에 대한 제휴를 체결했다. SK텔레콤은 이 제휴로 중국 내 3세대 이동통신과 관련한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등 중국 컨버전스 분야의 다양한 진출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의 정보기술(IT) 계열사들은 기술력과 콘텐츠를 앞세워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SK E&S는 중국 도시가스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최근 홍콩에서 중국 3대 도시가스 회사 중 하나인 차이나가스홀딩스와 합작회사 설립 계약을 맺고 각종 에너지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 인재가 성장 주도

SK는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의 핵심을 인재경영으로 보고 유능한 현지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 초 중국 칭화대와 베이징대 등 명문대 출신의 중국인 신입사원 40명을 선발했다. 이 중 30명은 석·박사급이다. SK는 이들 중국 인재를 국내에서 1, 2년 동안 교육시킨 뒤 중국 현지법인에 배치할 예정이다.

SK는 올해 중국 인재를 비롯해 100여 명의 해외 인력을 선발했다. 2005년에 해외 인력을 40명 채용한 것과 비교하면 2.5배 늘어난 셈이다. 이 중 중국 인재는 2005년(20명)보다 2배 늘어났다.

SK 관계자는 “중국에 ‘제2의 SK’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중국 시장을 잘 이해하고 동시에 한국 문화에도 익숙한 우수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현지화 전략에 따라 중국 인재들을 중국 사업의 최선봉에 내세워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의 성과
계열사현황 및 성과
SK㈜-지사 3개, 법인 19개, 인력 약 360명
-중국본부 자원국제(R&I) 부문에서 최고경영자(CEO) 직속 사업으로 이동
-2010년까지 중국 내 매출 5조 원 목표
SK텔레콤-법인 5개, 인력 약 330명
-차이나유니콤과의 합작법인 ‘UNISK’ 운영
-중국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3세대 이동통신 기술협력 양해각서 체결
-중국식 3세대 이동통신(TD-SCDMA) 연구소 설립
SK네트웍스-지사 9개, 법인 18개, 인력 약 650명
-복합주유소 2곳 오픈
-아이겐포스트 유통망 확장 가속. 현재 22개 운영
-스피드메이트 점포 확장
-스마트 학생복 중국시장 진출
SK케미칼-지사 2개, 법인 3개, 인력 약 70명
-SK트라스트 패치 현지 판매 승인 획득
-SKY플렉스 탄소 소재 생산 확대
SKC-지사 1개, 법인 12개, 인력 약 950명
-동애전자 설립해 연간 3000t의 폴리에스테르(PET) 필름 생산
SK가스-지사 3개, 법인 7개, 인력 약 280명
-충전소 및 주유소 17곳 운영
-액화석유가스(LPG) 수입터미널, 도시가스 등 신규 프로젝트 추진 중
SK
커뮤니케이션즈
-지사 1개, 인력 약 150명 -중국 싸이월드 가입자 350만 명 돌파
자료: SK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이석환 SK텔레콤 중국사업 법인장 “SK 첨단기술-中시장 결합… 세계 기술표준 주도하겠다”

“서로 윈윈하겠다는 사고가 없으면 중국에서 사업은 성공할 수 없습니다.”

24일 중국 베이징(北京)의 ‘SK텔레콤 차이나’ 사옥에서 만난 이석환(사진) SK텔레콤 중국사업 법인장 겸 SK텔레콤 차이나 동사장(董事長·이사장)은 중국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사실 중국은 시장이 워낙 커 파트너 사업자와 함께 중국 시장을 분할해도 엄청난 시장이다. 시장의 성장잠재력이 그만큼 무궁무진하다.

“중국은 이제 해외자본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지금 필요로 하는 것은 해외기술입니다.”

SK텔레콤은 이런 면에서 중국 정부엔 안성맞춤이다. 제3세대 이동통신 기술표준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큰 TD-SCDMA 원천기술을 가진 중국은 CDMA와 CDMA2000, WCDMA의 세계 최초 상용화 경험을 가진 SK텔레콤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

특히 차세대 이동통신의 경쟁은 표준의 경쟁이라는 점에서 SK의 첨단기술과 중국의 시장이 결합해 세계의 기술표준을 주도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SK가 TD-SCDMA에 기반을 둔 다양한 서비스 개발을 위해 중국 다탕(大唐)과 합작해 연합서비스개발센터를 설립한 것도 이런 차원이다.

SK그룹이 ‘제2의 SK를 중국에 건설한다’는 캐치 프레이즈를 그룹 최대의 미래전략으로 내건 것은 1999년. 하지만 중국 진출을 본격화한 것은 2002년 9월 중국에 SK텔레콤 차이나를 설립하면서부터다.

최근 몇 년 새 SK텔레콤은 SK텔레콤 차이나를 비롯해 무선인터넷 합자회사인 UNISK, 커뮤니티 포털사이트인 싸이월드, SK모바일, 음악서비스 제공업체인 비아테크 등 5개 법인을 잇달아 설립했다.

최태원 SK 회장이 최근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우방궈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만난 것을 계기로 SK텔레콤은 본격적인 사업 기반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철저한 ‘차이나 인사이더’입니다.” 차이나 인사이더란 중국 기업과 같은 DNA를 가진 외자기업을 말한다.

이 법인장은 “SK텔레콤의 궁극적 사업 목표는 중국에 또 하나의 SK텔레콤을 건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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