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선호 업종별 No1]<5>현대자동차…스피드+α !

  • 입력 2007년 4월 28일 03시 02분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한 미국인 작업자가 쏘나타를 조립하고 있다. 사진 제공 현대자동차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한 미국인 작업자가 쏘나타를 조립하고 있다. 사진 제공 현대자동차
■ 글로벌 넘버1이 되려면…

1960년대부터 본격화한 한국경제의 근대화 과정은 현대자동차 발전사와 궤를 같이한다.

현대차는 1968년 설립 이후 40년을 쉬지 않고 질주해 왔다. 현대차의 첫 승용차인 코티나에서 포니, 쏘나타, 그랜저로 이어지는 수출 신화는 한국 경제가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자동차는 부품 국산화율이 90%로 국내 전후방 산업에 미치는 효과가 막대하다. 고용 창출도 많다. 그래서 한국 자동차산업의 맏형인 현대차의 발전은 바로 한국경제의 미래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현대차의 연간 자동차 생산대수는 창립 초기 614대(매출액 5억2800만 원)에서 지난해에는 252만 대(37조 원)로 비교가 안 된다.

그러나 현대차는 고질적 노사 분규에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원화환율 하락(원화 가치 상승)과 고유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 산업계의 ‘대표 선수’ 가운데 하나인 현대차가 휘청거리면 한국경제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국민은 현대차의 경영 실적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벌일 때마다 국민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이 회사를 걱정한다.

올해 들어 현대차에 대해 외국 언론과 자동차 평가기관에서 잇따라 칭찬이 쏟아졌다.

워싱턴포스트는 현대차가 지난달 미국에 선보인 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베라크루즈에 대해 “일본 렉서스가 아니라 바로 현대차다”라며 높이 평가했다.

또 비즈니스위크는 “현대차가 미국에서 럭셔리 카로 발돋움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현대차가 내년에 선보일 프리미엄 세단 ‘제네시스’(프로젝트명 BH)에 대해서도 해외에서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권위 있는 자동차잡지 ‘모터트렌드’는 5월호에서 “제네시스는 현대차를 럭셔리 메이커의 반열에 올릴 놀라운 차”라며 “GM 도요타 BMW 벤츠까지도 제네시스를 주목해야만 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빠른 품질 개선과 함께 본격적인 글로벌화를 추진하고 있는 현대차의 성과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현대차는 1997년 터키 공장 진출을 시작으로 인도 중국 미국 유럽에 9개의 공장을 지었거나 짓고 있다. 10년간 1년에 1개꼴로 공장을 지어 온 셈이다.

1996년 50만 대를 돌파한 현대차의 수출 대수(해외 생산분 포함)는 6년 만인 2002년에 100만 대를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190만 대를 웃돌았다. 최근 10년간 4배 이상의 양적 성장을 한 것이다.

이 회사의 ‘놀라운 스피드’는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진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현대차가 2002년 3월 중국 베이징(北京)에 공장을 짓기 시작해 같은 해 12월 쏘나타를 생산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 당시 중국 내에서는 ‘현대속도(現代速度)’라는 조어(造語)가 유행어가 됐을 정도다.

현대차그룹 계열인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이 지난해 말 양산에 들어가 공장 가동 3개월 만에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것도 유례없는 일이다.

기아차 장 샤를 리벤스 유럽법인 부사장은 “공장을 새로 지어 정상 가동을 하기까지는 보통 6개월 이상의 시행착오 과정을 거친다”면서 “현재 슬로바키아 공장의 월간 생산량은 당초 목표를 이미 초과 달성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흥국증권 송상훈 기업분석팀장은 “현대차의 직관적이고 신속한 의사 결정이나 추진력은 세계 어느 자동차 메이커도 흉내 내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의 급성장은 2005년을 정점으로 점차 둔화되고 있다. 기업의 대표적인 성과지표인 영업이익률이 2003년 9.0%에서 2004년 7.2%, 2005년 5.1%, 지난해 4.5%로 4년 연속 하락했다. 매출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차를 팔아 남기는 이익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환율 하락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외부 변수의 변화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적잖은 자동차산업 전문가는 현대차 성장 둔화에 ‘근본적 의문’이 있음을 지적한다. 그동안 쉼 없는 질주를 가능하게 했던 현대차 성장 전략에 ‘이상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대우증권 박영호 연구위원은 “선두권을 추격하는 성장 국면에서는 현대차와 같은 돌격대식 경영시스템이 효율적이지만 선두권 진입 이후 넘버원이 되려면 ‘플러스알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대차가 글로벌 기업 진입의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질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현대차의 원만하지 못한 노사관계로 생기는 낮은 생산성은 질적 변화를 위한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지난 19년 동안 한 해를 빼고 계속 파업을 벌인 자동차 회사 노조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 노조가 회사를 ‘파트너’가 아닌 투쟁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회사 측의 미흡한 노사 관리도 현대차 노사문제를 곪아 터지게 하는 데 한몫했다.

미국 독일 일본 한국 등 주요 자동차 생산국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세계 자동차산업에서 주도권을 잡느냐 마느냐의 핵심 키워드는 생산성이다. 현대차가 획기적인 노사관계 개선으로 생산성을 높이지 못하면 선두권 진입은 물론 자리 보전도 힘들 것이라는 게 자동차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대학원장은 “현대차는 작업시간 조정이나 인력 전환배치 등을 할 때도 일일이 노조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면서 “노조만 협조해 준다면 현대차의 경쟁력은 급신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자동차메이커 6위에서 5위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생산성은 도요타의 60%에 머물고 있다.

실제로 자동차 1대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조업시간을 토대로 한 노동생산성(2004년 기준)은 현대차가 33.1시간으로 혼다(19.5시간)와 도요타(20.6시간)는 물론 구조조정 등으로 여건이 안 좋은 GM(23.1시간)과 포드(24.5시간)에도 한참 뒤진다.

최근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도 “노조만 도와준다면 환율과 고유가의 파고도 충분히 넘어갈 자신이 있다”고까지 말했다.

현대차는 5월부터 임금 및 단체협상을 시작한다. 이번 임단협이 현대차의 앞날을 결정할 중요한 고비가 될 것이라는 데 대부분의 자동차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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