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웬 화학실험?… 에코분석그룹 실험실을 가다

  • 입력 2007년 4월 28일 03시 01분


에코분석그룹의 한 연구원이 제품 안에서 유해 물질을 뽑아내 농축한 시료를 관찰하고 있다. 사진 제공 삼성전자
에코분석그룹의 한 연구원이 제품 안에서 유해 물질을 뽑아내 농축한 시료를 관찰하고 있다. 사진 제공 삼성전자
삼성전자 에코분석그룹 실험실에 있는 X선형광분석기(XRF). XRF 안에 휴대전화를 넣자 모니터(왼쪽)에 수은 납 등 인체 유해 물질이 얼마나 들어있는지를 나타내는 그래프가 그려졌다. 사진 제공 삼성전자
삼성전자 에코분석그룹 실험실에 있는 X선형광분석기(XRF). XRF 안에 휴대전화를 넣자 모니터(왼쪽)에 수은 납 등 인체 유해 물질이 얼마나 들어있는지를 나타내는 그래프가 그려졌다. 사진 제공 삼성전자
《25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매탄3동 삼성전자 고객만족(CS)경영센터 에코분석그룹 실험실.

에코분석그룹은 삼성전자 제품의 유해 물질을 분석하는 곳으로 ‘삼성 녹색경영의 중추’로 불린다.

170여 평 규모의 실험실에 들어서자 화학시료가 담긴 유리 용기를 유심히 들여다보는 한 연구원의 모습이 먼저 눈에 띄었다.

‘전자회사에서 웬 화학실험?’》

다른 연구원은 프린터 부품인 롤러를 X선형광분석기(XRF) 안에 넣고 있었다.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XRF 옆에 있는 모니터에 그래프가 그려졌다. 롤러 안에 납 카드뮴 수은 같은 인체 유해 물질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를 수치로 보여 주는 것이다. 수은 23ppm, 납 40.5ppm이었다. 유럽연합(EU) 기준치인 1000ppm보다 훨씬 낮아 ‘합격’. 만약 불합격 판정을 받으면 정밀분석에 들어간다.

공중화장실처럼 생긴 ‘휘발성유기화합물(VOC) 체임버(Chamber)’ 안에는 프린터 한 대가 전원이 켜진 채 놓여 있었다. 프린터가 작동할 때 대기오염과 발암의 원인 물질인 VOC가 얼마나 방출되는지를 정밀하게 검사하는 것.

이 실험실 책임자인 정규백 부장은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모든 제품은 원자재부터 완제품까지 이처럼 엄격한 검사를 거쳐 세상에 나온다”고 말했다.

에코분석그룹은 수년간의 노력 끝에 유럽 환경인증마크인 ‘블루 에인절’의 국제공인시험소 자격을 지난달 획득했다. 그 과정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들은 “창조적 역발상의 전형”이라고 평가했다.

독일 공공기관의 프린터 발주 입찰에 참여하려면 ‘블루 에인절’ 마크를 받아야 하는데 국내에는 공인시험소가 없었다. 해외 공인시험소에 프린터 한 대를 의뢰하는 데 드는 비용만 700만 원. 검사 기간은 최소 두 달이었다. 한 번에 합격하지 못하면 몇 달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에코분석그룹은 ‘삼성전자가 아예 자체적인 공인시험소 자격을 갖춰 버리자. 그러면 시간이나 비용 모두 크게 절약될 것’이라는 데 착안했다. 기초 준비를 마친 뒤 지난해 5월 국제공인시험소 자격을 인정해 주는 독일연방재료시험연구소(BAM)를 처음 찾았다. 그 뒤 9명의 연구원이 악착같이 매달려 지난달 마침내 결실을 본 것이다.

공인시험소 자격을 갖추면서 발생하는 경제적 효과만 연간 250억∼300억원. 최근 세계적 환경단체인 그린피스가 발표한 ‘친환경 전자업체’ 순위도 지난해 11위에서 5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기학 삼성전자 제품환경팀장은 “기업의 미래는 ‘환경경영’에 달려 있다”며 “환경경영 원칙을 삼성전자뿐 아니라 4300여 개의 협력회사에까지 확산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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