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업계 막내 르노삼성의 ‘유쾌한 반란’

  • 입력 2007년 4월 16일 03시 08분


13일 부산 강서구 신호공단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조립라인에서 한 직원이 운전석을 점검하고 있다. 부산=김창원 기자
13일 부산 강서구 신호공단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조립라인에서 한 직원이 운전석을 점검하고 있다. 부산=김창원 기자
르노삼성자동차는 국내 5개 완성차 업체 중 몸집(매출액)이 제일 작은 ‘막내’다. 그러나 르노삼성의 최근 경영실적은 ‘형님들’에 비해 단연 돋보인다. 영업이익률이 2004년 ―0.12%에서 2005년 5.88, 지난해 8.68%로 급증해 최근 영업이익률이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마이너스 성장을 한 상당수 경쟁업체와 대조적이다. 생산직 사원 1인당 연간 자동차 생산대수는 2001년 58대에서 지난해 86대로 늘었다. 그동안 르노삼성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르노삼성 부산공장을 찾아 초고속 성장의 비결을 알아봤다.

○ 작업불량률 절반으로 줄어

13일 오후 부산 강서구 신호공단 르노삼성 부산공장 조립생산라인.

2km에 이르는 조립라인으로 눈을 돌리자 낯선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공구와 자동차 부품을 담은 상자가 함께 흘러가고 있었다.

부품 상자는 허리 높이에 고정돼 있어 생산직원들이 허리를 굽힐 필요 없이 손쉽게 부품을 집어 작업을 했다.

조립공장 설계를 맡은 이기인 이사는 “직원들의 편리한 작업을 위해 2005년 말부터 도입한 ‘최소동작 최소보행 시스템’”이라며 “불필요한 동작을 없애 노동자들의 작업 피로도를 낮추기 위한 우리만의 아이디어”라고 설명했다.

컨베이어 벨트가 5.5m를 전진하는 80초 동안 직원 1명은 10개 이상의 부품을 끼워야 한다. 예전에는 부품 상자까지 걸어가 허리를 숙여 집어야 했다.

직원 1명이 하루 350대의 자동차를 조립하므로 하루 평균 2만7000보 정도 걸어야 했지만 지금은 절반으로 줄었다.

이 이사는 “최적의 작업환경에서 최고의 품질이 나온다”면서 “시스템 도입 이전보다 작업불량률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 6년간 작업 개선에 100억원 들여

르노삼성이 2001년부터 추진해 온 작업 개선활동은 철저한 통계를 근거로 한다. 일정 무게 이상을 들어올리는 횟수와 어려운 동작 횟수를 수치화해 업무 강도에 따라 ‘레드존’ ‘옐로존’ ‘그린존’으로 나누고 강도가 높은 레드존의 비율을 점차 줄여나가는 방식이다.

작업 개선활동을 도입할 당시 레드존의 비율은 20%였지만 지난해 말에는 8%로 줄었다.

르노삼성이 최근 6년 동안 작업 개선활동에 쓴 돈은 100억 원에 이른다. 2002년에는 국내외 자동차공장에서는 유례가 없는 공장 내 에어컨을 설치하기도 했다.

강용근 노무담당 부장은 “작업 개선활동 중에는 사원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도 있지만 절반가량은 회사가 미리 알아서 조치한 것”이라며 “같은 돈을 들여도 효과는 판이하다”고 강조했다.

조립팀에서 8년째 근무하고 있는 이석용 씨는 “회사가 직원을 배려해 준다는 느낌을 받을 때 회사에 대한 충성도도 높아지는 것 같다”면서 “많은 동료가 회사를 ‘싸워 이겨야 할 적이 아니라 함께 가는 파트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산=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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