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동떨어진 정책… 인력운용 안돼”

  • 입력 2007년 4월 10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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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 5단체는 9일 부회장단 회의를 열고 “정부의 과도한 노동계 보호 정책이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고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고 있다”는 내용의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제공 문화일보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 5단체는 9일 부회장단 회의를 열고 “정부의 과도한 노동계 보호 정책이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고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고 있다”는 내용의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제공 문화일보
경제5단체 노동정책 재검토 촉구

“노동계의 요구가 여과 없이 수용된 노동정책이 최근 줄줄이 쏟아져 나왔다. 경제계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되지 못했다.”

재계가 최근 정부가 쏟아 내고 있는 노동 보호 정책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경제5단체 부회장단은 9일 ‘정부의 최근 노동정책에 대한 경제5단체 긴급회의’를 마친 뒤 한목소리로 불만을 토로했다.

그동안 경제5단체는 노사정위원회 등을 통해 경제계의 방침을 표현하려 했지만 도무지 정부와의 의견 조율이 불가능했다고 주장했다. 경제5단체 부회장단은 ‘그동안 벼르고 있었다’는 듯 정부 노동정책에 대한 비판에 나섰다.

○ 경제계 “현실과 괴리된 노동정책”

이날 모인 경제5단체 부회장들은 “지난달 노동계에 유리한 정책들이 단기간에 잇따라 입법 예고됐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파견과 도급의 구분 기준’을 파견법 시행령에 포함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을 거론했다. 지금까지는 파견 근로자나 도급 계약을 한 하청업체 근로자가 원청업체 직원들과 섞여 같이 일을 하는 것이 합법이었다.

하지만 정부 방침대로 되면 파견 근로자는 원청업체 직원들과 섞여 같은 일을 할 수 있어도 하도급 계약을 한 근로자가 섞여서 일할 경우 불법 파견 판정을 받게 된다. 정부 방침이 시행되면 도급 계약을 한 근로자를 파견 근로자처럼 고용하던 기업의 관행에 제동이 걸리는 것이다.

지난달 30일에는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안)이 입법 예고됐다. 이는 퇴직에 관한 연령차별 금지가 사실상의 정년 연장 효과를 낼 수 있다며 경제계가 수정을 요구한 법안이었다. 대표적인 연령차별 조치가 바로 정년퇴직 제도라 만약 정부가 이 정책의 예외 대상을 60세 이상으로 지정한다면 모든 기업의 정년퇴직 연령이 60세가 되기 때문이다.

경제5단체는 “한국 기업은 대부분 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는 연공서열제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퇴직 연령차별을 금지하려면 연공서열제부터 직무와 성과 중심 임금체계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 경제계 “비정규직조사위 등 재계 의견 반영 안돼”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한국노총 산별연맹위원장과 만나 ‘비정규직실태조사위원회’ 구성과 ‘특수 형태 근로종사자의 지위 및 보호에 관한 법률(안)’의 4월 내 입법예고를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을 합의했다.

비정규직 실태조사위원회가 구성되면 노조와 정부가 기업의 비정규직 운영을 살필 수 있다. 기업 인력 운용에 제약이 생기는 셈이다. 학습지 교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등에게 노동법에 따른 권한을 주기 위한 TF 구성도 기업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경제계의 의견은 반영되지 못했다는 게 재계의 불만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장지종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은 “정부가 선진국의 제도를 한국 현실에 그대로 대입하면서 기업의 투자의욕을 꺾고 있다”고 말했다.

○ 노동계 “노동자의 정당한 권익 침해”

이날 경제5단체의 긴급 성명이 나오자 노동계도 반박 성명을 내고 조목조목 대응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파견법은 사업의 독립성과 완결성이 강한 실질적인 도급과 그렇지 않은 위장 도급 형태의 불법 파견을 구분하자는 것이며 연령차별 금지 및 정년 연장 등도 고령화 사회인 한국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노동계는 또 비정규직 실태조사위원회를 구성하면 7월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 직전 계약 해지 등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 비정규직을 구제할 수 있다는 견해다. 특수고용직 보호를 위한 TF는 비정규직 노동자보다도 열악한 근로조건에 시달리는 이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

노동계는 “사용자 측이 문제 삼는 배우자 출산휴가도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라고 지적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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