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경영]기름 한방울 안나는 한국, 석유제품 200억달러 수출

  • 입력 2007년 2월 21일 02시 58분


‘한국이 석유 수출국?’

오래전부터 ‘우리나라는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라는 말을 들어 온 세대에는 의아할지도 모르지만 실제로 한국은 40년 이상 석유 제품을 수출해 온 석유 수출국이다.

한국의 수출품은 산유국에서 원유를 수입한 뒤 이를 정유해 되파는 석유 제품들이다. 이들 석유 제품은 중국, 일본, 미국 등은 물론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지역 산유국에도 수출된다.

지난해 석유제품 수출금액은 약 206억2000만 달러. 2004년 석유제품 수출 100억 달러 시대를 개막한 지 2년 만에 200억 달러를 돌파했다. 대표적인 내수산업으로 분류되던 정유 산업이 수출 산업으로 급격하게 전환되고 있다.

○ 40년이 넘은 석유 수출의 역사

한국의 석유 제품 수출은 196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SK㈜의 전신인 대한석유공사가 1964년 3만5000b/d급의 제1 상압증류시설을 가동하고 나서 2년 후인 1966년에 석유제품을 수출하기 시작했다.

당시 수출 규모는 연간 2000배럴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2억8925만1000배럴까지 수출 규모가 성장했다.

물량으로 따지면 40년 만에 14만4000배의 수출 증가를 기록한 셈이다.

현재 수출 주력품목인 반도체의 첫 수출이 1977년이고 자동차와 조선이 각각 1975년과 1969년에 수출한 것과 비교하면 석유제품의 수출은 이보다 훨씬 앞선 셈이다.

석유제품 수출은 1980년대 들어 크게 늘어났다. 1980년대 초반 국내 석유 수요가 침체되면서 해외 원유를 수탁, 정제해 판매하는 임가공 수출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이후 급격한 수출 성장을 계속한 정유업계는 최근 사상 최대의 수출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005년 153억6000만 달러에 이어 지난해에는 수출 금액이 206억 달러를 넘었다.

○ 금액으로 당당 5위인 ‘주요 수출품’

지난해 석유제품 수출금액 206억 달러는 자동차 182만여 대를 수출하는 것과 맞먹는 규모다. 하루 평균 약 5600만 달러씩 수출한 셈이다.

석유제품은 금액으로 볼 때 전체 수출품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주요 수출품이다.

지난해 11월까지 통계로 살펴보면 석유제품 수출금액(189억6000만 달러)은 같은 기간 주요 수출품목인 반도체 336억3700만 달러, 자동차 297억2300만 달러, 무선통신기기 251억4800만 달러, 선박류 200억5800만 달러에 이은 5위에 해당한다.

이처럼 석유제품 수출금액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로 대한석유협회는 고유가로 정제마진이 개선돼 수출 단가가 상승했기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수출 단가는 연중 최고치인 배럴당 79.3달러를 기록해 2005년 7월의 60.4달러에 비해 31% 상승했다.

또 중국, 인도의 경제성장과 경질유 수요 증가 등 국제석유제품 수요가 크게 증가한 것도 수출금액 증가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 전체 36개국에 수출, 대중국 수출이 가장 많아

정유사별로는 에쓰오일의 수출금액이 77억392만 달러로 가장 많다. SK㈜가 58억6328만 달러, GS칼텍스가 38억8631만 달러, 현대오일뱅크가 17억8891만 달러, SK인천정유가 13억2694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체 수출의 24%는 중국으로 향한다. 그 밖에 일본(20%), 미국(15%)이 주요 수출국이며 싱가포르(7%)와 인도네시아(6%)로의 수출도 많다. 전체 수출 국가는 모두 36개국.

최근 수출 증가세가 다소 둔화되고 있지만 수출금액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대한석유협회 주정빈 부장은 “국내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이어서 정유회사들은 수출을 통해 활로를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유회사들이 고도화시설 확충으로 국제 경쟁력을 올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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