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경영]세계인의 포트폴리오 우리 손 안에…

  • 입력 2007년 2월 7일 02시 55분


《미래에셋금융그룹은 올해 1월 홍콩에 증권사를 설립했다.

2003년 이후 홍콩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에 자산운용사를 세운 적은 있지만 해외 증권사 설립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증권사는 홍콩에서 자금중개, 기업공개, 인수합병(M&A) 등 주로 투자은행(IB) 업무에 주력하게 된다. 홍콩 법인의 초기 자본금은 50억 원에 불과하지만 곧 3000억 원대로 키워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진출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포석을 깔고 있다.

올해 국내 금융회사의 화두는 단연 ‘글로벌 경영’이다. 국내 금융시장은 이미 레드오션(경쟁이 치열한 시장)으로 변해 투자 대비 실익이 별로 없다.

한국의 금융업계가 해외 금융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다.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신흥국 금융시장이 이들의 첫 번째 공략 지역이다.》

○ 해외에서 ‘먹을거리’ 찾는 국내 금융회사

미래에셋은 왜 해외로 나갔을까.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한국 금융산업의 최대 리스크는 영업활동이 국내에만 집중돼 국내 경기에 따라 크게 흔들린다는 것”이라며 “해외진출의 성공 여부에 회사의 사활을 걸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해외부문 매출은 없지만 수년 내에 순이익의 50%를 해외에서 창출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말 현재 전체 운용자금 25조6750억 원(수탁액 기준) 중 14%(3조7000억 원)에 불과한 해외 비중이 절반에 이를 때까지 해외 투자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5년 내에 해외에서 1000여 명의 인력을 확보할 계획도 갖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베트남 진출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4월 국내 증권사 가운데 처음으로 ‘베트남 펀드’를 내놓은 데 이어 지난해 9월엔 베트남 투자청과 업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부실자산 인수와 부동산개발 프로젝트가 주요 관심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또 대우증권 굿모닝신한증권 현대증권 등은 증권사 자본으로 수익을 내는 ‘자기자본투자’를 위해 베트남 중국 등으로 진출하고 있다.

○ 현지 소매금융시장 성장성 높아

‘해외경영’ 특집기사목록

▶ 국내증권사 ‘해외투자은행’으로 변신중

▶ “아시아 틈새금융시장 노립니다”

▶ 한국판 ‘골드만삭스’ 탄생할듯

▶ “현지화가 살길”… 글로벌 IB-보험사로 재도약

▶ 국책銀도 “가자 해외로”

▶ 인적 네트워크 강화로 만리장성 넘는다

▶ 글로벌 인재 확보가 경쟁력 원천

▶ 이슬람 종교 문화 이해하니 실적이 쑥쑥

▶ 증권-부실채권-예보 ‘노하우’ 수출 가속

▶ 삼성그룹 “2010년 세계 전자시장 제패” 야심

▶ 한국투자증권, 중국-베트남 우수기업 집중 투자

▶ 푸르덴셜, 선진국의 고성장 제약-헬스케어에

▶ HSBC은행, 글로벌네트워크 기반 펀드강자 부상

▶ 미래에셋, 中-인도 투자… 9개월 수익률 39%

국내 은행권은 현지 은행을 아예 M&A하거나 지분투자의 방식을 통해 현지 네트워크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현재 국내 은행들의 주요 해외진출 지역은 단연 중국이다. 중국 금융시장 개방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홍콩우리투자은행을 세운 우리은행은 국내 은행 최초로 중국에 현지법인 은행을 설립하기로 하고 법인 설립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중국 최대 규모 은행인 중국공상은행과 기업자금관리시스템(CMS) 업무 제휴를 맺었다. 두 은행의 전산망을 연결해 중국에 영업소를 둔 한국 기업들의 자금 관리가 한결 수월해졌다.

기업은행은 올해 중국 쑤저우(蘇州) 지역에 지점을 열기로 했으며, 신한은행도 중국의 부실기업 정리를 주요한 ‘사업 기회’로 삼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2003년 중국 칭다오(靑島) 현지은행인 청도국제은행을 인수한 데 이어 2004년에는 선양지점을 개설하는 등 ‘홍콩-상하이-칭다오-선양’을 연결하는 금융벨트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중국 지린대에 ‘하나금융 전문가 과정’을 개설해 중국 현지의 금융 전문가도 양성하고 있다.

중국을 넘어 동남아 신흥시장과 인도와 중남미 시장을 선점하려는 은행들도 있다. 외환은행은 2005년 남미 최대 은행인 브라질 은행과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은 데 이어 올해 인도와 러시아에 신규 지점을 개설하는 목표를 세웠다. 이 은행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법인과 호주 법인을 중심으로 신흥 국가의 자원개발 및 사회간접자본(SOC)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참여할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2003년 인도네시아 BII은행 지분 12.4%(715억 원)를 인수해 이 은행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선진 정보기술(IT)을 BII은행 전산부문에 적용해 연간 600억 원의 순익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박동창 금융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박차를 가하고 있는 국내 금융권의 해외진출과 관련해 “해외 현지 은행을 M&A하거나 지분투자를 통해 경영권을 확보한 뒤 국내에서 성공한 ‘킬러 금융상품’과 IT 시스템을 접목해 현지인 대상의 소매금융 업무를 적극 추진할 것”을 조언했다.

글=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디자인=김성훈 기자 ksh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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