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입맛을 잡아라…외식업체 ‘아침사양족’겨냥 메뉴 개발

  • 입력 2007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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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째 자취생활을 하고 있는 회사원 이지은(29·여) 씨는 아침을 거르기 일쑤였다.

건강을 생각해 새해부터는 일찍 일어나 밥을 챙겨 먹겠다고 다짐했지만 쉽지 않았다. 계속되는 야근에 무거워진 몸을 추슬러 제때 출근하는 것만도 벅찼다.

이 씨는 “밥은 포기하고 대신 캐나다에서 어학연수 할 때처럼 출근길에 회사 근처에서 베이글(서양에서 아침식사로 많이 먹는 도넛 모양의 딱딱한 빵)과 커피 한 잔을 사 먹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외식업체들이 이 씨처럼 아침을 굶는 ‘아침 사양족(族)’을 잡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커피전문점, 패스트푸드점이 잇달아 이들을 겨냥해 아침 메뉴를 새로 내놓고 있다. 매장 운영시간을 앞당기며 출근시간대에 가격 할인을 하는 곳도 늘고 있다.

○ 커지는 아침 시장

통계청은 지난해 20대 한국인 2명 중 1명(49.7%)꼴로 아침을 거른다는 점에 착안해 최근 아침사양족을 ‘2007년 기업인이 주목해야 할 한국의 블루슈머 6’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아침식사 대용식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본 것이다.

블루슈머는 ‘블루오션(Blue Ocean)’과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경쟁자 없는 시장의 새로운 소비자라는 뜻.

아침을 굶는 사람은 늘고 있지만 건강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면서 아침 시장이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다.

실제 올해 들어 외식업체들은 속속 아침 메뉴를 새로 선보이고 있다. 특히 아침식사가 밥 대신 빵 중심으로 옮겨간 데다 해외생활 경험이 있는 대학생과 직장인이 늘면서 커피에 베이글, 계란 등을 곁들인 메뉴를 주로 내놓았다. 죽도 인기 있는 아침 메뉴.

한국맥도날드 염혜지 팀장은 “건강을 중시하면서도 바쁘게 살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아침 시장 공략에 나서는 외식업체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나 홀로 간편하게

커피와 도넛을 주로 팔던 던킨도너츠는 올해부터 광고 카피를 ‘아침&베이글’로 바꾸고 아침 메뉴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회사 측은 사무실이 밀집한 서울 강남 테헤란로 매장에서는 오전 시간대에 300여 개의 베이글이 팔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보다 3배로 늘었다.

한국맥도날드도 일부 매장에서만 선보인 아침 메뉴 ‘맥모닝’을 다음 달부터 전국 매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해외에서 이 메뉴를 접해 본 소비자들의 요청을 받아들인 결과다.

롯데리아도 지난해 11월 서울역점에서 시범적으로 선보인 아침 메뉴를 30일부터 전국 39개 매장으로 확대했다.

이강욱 롯데리아 마케팅팀장은 “아침 사양족을 잡기 위해 오전 6시부터 문을 여는 매장과 아침 메뉴 수를 계속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농심은 ‘아침이 길어지는 아침 한 잔, 보노’를 콘셉트로 뜨거운 물만 부으면 바로 먹을 수 있는 즉석 수프 ‘보노’를 선보였다.

커피전문점들도 아침 메뉴 개발에 적극적이다.

스타벅스 이민규 대리는 “최근 출근길에 혼자 와 커피와 베이글 등을 즐기는 고객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엔제리너스’는 지난해 말 베이글 세트를, ‘투썸플레이스’는 수프를 아침 메뉴로 새로 내놨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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