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이젠 맞짱 뜨자”…현대重 로봇, 생산 20년 만에 미소

  • 입력 2007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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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로봇산업팀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독자기술로 산업용 로봇을 생산하는 업체로 올해 1800대의 로봇을 판매할 계획이다. 사진은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에 설치된 현대중공업의 산업용 로봇. 사진 제공 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 로봇산업팀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독자기술로 산업용 로봇을 생산하는 업체로 올해 1800대의 로봇을 판매할 계획이다. 사진은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에 설치된 현대중공업의 산업용 로봇. 사진 제공 현대중공업
《지난해 12월 8일 슬로바키아 기아자동차 공장. 기아차가 유럽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준중형 승용차 ‘씨드’ 1호가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빠져나오자 임직원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터뜨렸다. 멀리 한국 땅에선 남몰래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이들이 있었다. 현대중공업 로봇시스템사업팀(로봇사업팀)의 생산직 직원들이다. 조립 공정이 100% 자동화된 슬로바키아 공장의 생산 라인을 도맡은 숨은 주역이다. 2003년 현대차의 미국 앨라배마 공장 수주전에서 일본 경쟁업체에 밀려 통한의 눈물을 흘린 지 3년 만에 이룬 쾌거였다.》

○ 4년 연속 年 1000대 이상 판매

국내에서 유일하게 순수 독자 기술로 산업용 로봇을 생산하는 현대중공업 로봇사업팀은 이 회사의 ‘숨은 진주’다.

화려하진 않지만 전 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일본 업체에 맞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1984년 로봇 사업에 뛰어든 로봇사업팀은 4년 전만 해도 연간 판매 대수 500여 대, 매출 500억 원대에 불과한 현대중공업의 ‘미운 오리’였다.

그러나 2003년 판매 대수가 1210대(매출 1240억 원)를 기록하면서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4년 연속 연평균 1000대 이상의 판매 실적을 올리며 국내 산업용 로봇 시장 점유율을 40%까지 끌어올린 것.

지난해 말 현대차의 중국 제2공장, 체코 공장에 각각 300대 납품 계약을 따낸 데 이어 올해 기아차의 미국 조지아 공장 납품 계약도 성사 직전이다.

올해는 국내 자동차업체들의 해외 공장뿐만 아니라 인도의 마힌드라 & 마힌드라, 러시아의 압토바스 등 해외 업체와 수주 협상을 진행 중이다.

로봇사업팀 진병하 상무는 “해외 시장 개척에 힘입어 지난해 주춤했던 판매 대수도 올해는 1800대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 해외시장서 기술-서비스 정평

세계 로봇 시장의 높은 벽을 뛰어넘는 일은 여전히 쉬운 일이 아니다.

2005년 기준 45억 달러(약 20만3000대)에 이르는 세계 로봇 시장을 독식하기 위해 잠재적 경쟁자의 ‘싹’을 자르려는 일본 업체들의 가격 덤핑 때문.

현대중공업의 산업용 로봇 기술은 일본의 98% 수준으로 이미 수준급에 올라 있지만 수주전에서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을 써내는 일본 업체 때문에 번번이 쓴잔을 마셔야 했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이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에서 일본 업체에 밀린 것도 경쟁업체의 가격 후려치기 때문이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

현대중공업은 기술과 가격의 비교 열위를 ‘서비스’와 ‘아이디어’로 극복하고 있다.

산업용 로봇은 로봇을 만드는 기술 못지않게 전체 공정과 유기적으로 맞아 돌아가도록 하는 시스템이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성능을 가지고 있는 로봇이라도 기능을 십분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응용 프로그램이 없으면 ‘고철’에 불과하기 때문.

일본 로봇 산업이 생산업체와 서비스업체가 이원화돼 있어 고객들의 요구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하는 ‘빈틈’을 파고든 것이다.

진 상무는 “현대중공업의 로봇 응용조작 기술과 신속한 고객 서비스는 이미 해외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면서 “유럽, 중국, 인도 등에 유능한 딜러 네트워크를 구축해 조만간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울산=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세계 산업용로봇 시장 규모
2005년2010년2015년
20만3000대(45억 달러)34만 대 (57억 달러)44만 대(68억 달러)
자료: 현대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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